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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미리내 Sep 10. 2023

여행은 칠십부터 3

아니, 엄마 쫌!!!!!

도착시간은 곧 해가 저물 시간이었고, 엄마와의 이동을 핑계 삼아 한국인 동행을 구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프랑스에서 택시라니, 렌트는 했어도 택시라면 하루 식비쯤 통으로 털어야 가능한 사치였지만 동행의 존재와 13시간 비행에 힘들었을 엄마의 체력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버스였다면 한 시간을 걸려 다시 지하철로 이동했을 거리를  투어처럼 짧은 설명과 함께 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이 숙소는 앞선 내 두 번의 파리 숙소여서 이 동네만큼은 내 손등 정도의 친숙함을 가진 곳이었다. 

2인용 방에 짐을 풀자마자 당장에 마실 물을 사러 마트를 찾아 나섰다.

울퉁불퉁 돌이 튀어나온 바닥부터 아담한 건물들까지 이미 찰칵찰칵 엄마의 휴대폰은 빠르게 이곳을 담고 있었다.


분명 이곳 가까운 어딘가에 마트가 있었는데, 왜 갑자기 눈에 익은 이 길이 저길 같고, 저길이 이길 같은 길치 특이 튀어나오는 걸까

이 동네는 내 구역이라고 큰소리 뻥뻥 쳐놨지만 바로 구글 지도를 켜고 길을 찾는 그 짧은 순간, 엄마의  참견이 시작됐다.

길바닥에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면 어떡하니, 길을 물어봐라 , 저기 사람들이 지나간다...


아니 쫌!! 엄마!!!!!


내가 묻는다고 순순히 답해 줄 사람들도 아니고, 고작 1-2분 기다리면 찾아갈 수 있는데 그걸 못 참고!


새벽길을 나선 지 거의 만 하루가 안된 시점에 드디어 엄마와의 1차전을 시작했다.

그래, 많이 참았다.


눈만 마주치면 일단 가벼운 인사와 수다를 시전 하는 인싸 중의 인싸 엄마 수발을 들며 기차, 공항, 비행기, 택시의 이동길에 이런 싸움이 안 난 게 오히려 신통했다.


누가 들어도 저건 싸움이다 싶게 짧고 굵게 길바닥 1차전을 치르고 원래 가려던 큰 길가에 큰 마트는 접어두고 급한 대로 동네 작은 마트를 들어가 마실 물과 토마토, 간단한 간식을 사들고 숙소로 복귀했다.


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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