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머는 20분
새벽 1시를 넘어서면 뇌에서 몸 안의 염증들에게 커져라 커져라..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건강해지려면 별 수 없이 기어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 벌레를 잡는 게 맞는가 싶다가도 새벽의 고요함과 안정감, 세상에 고요히 혼자 떠있는 느낌을 쉬 포기할 수 없어 오늘도 새벽 1시를 지나친다.
딱히 해야 할 일도,새벽을 같이 보낼 조용한 취미도 없는 이 밤 , 부득불 깨어 글이라도 쓸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톡톡 자판을 누르고 있다.
응급실에서 그리고 소방서에서 , 세상을 지키며 밤을 헤아리는 그 어느 곳에선 "오늘은 조용하네"는 금기어라고 한다. 그 대사와 함께 사이렌이 울리면 첫 한입을 떼지 못한 곧 불게 될 면과 식어빠질 음식, 받는 이 없이 울리는 휴대폰이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 잠든 아파트 몇 층 한쪽 구석의 방에서도 '오늘은 조용하네'라고 더듬거리는 순간 폭풍처럼 이런저런 생각의 조각들이 쏟아져 나와 작은방과 고요함을 뒤덮는다.
길게 고민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없을 것도 아니며 고민이 없다고 고요한 날들이 이어지진 않겠지만 그보단 저 멋대로 조각난 상념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시간이다.
어쩔 수 없다. 이 책 저책 한 번씩 쓰다듬고, 휴대폰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필름 없이 몇 달째 방치된 카메라를 처음인 마냥 요리조리 돌려보며, 그저 내 몸 어디에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었나 하며 이 상념들이 소나기처럼 날 흠뻑 적시고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리고 음악을 틀고 잠들 준비를 한다. 타이머는 20분. 그 안에 난 잠에 빠질 거다.
죽을 끓일 땐 프라이팬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불꽃을 날름거리기 전부터 뒤적뒤적 재료를 섞어주고, 한통의 물을 넣고 뭉근히 끓이며 또 뒤적뒤적 섞어주어야 바닥에 눌어붙어 타버리지 않는다. 고요해 보이는 뭉근한 중불에 속아 잠시 딴짓을 하면 금세 주걱 바닥에 끈적한 누룽지가 긁힌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뭉근히 풀어질 시간이 될 때 내 상념들도 뒤적뒤적 섞어주어야 한다. 속절없이 제자리만 지키고 있다 눌어붙어 쓴맛을 내는 누룽지가 되지 않게 뒤섞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요하고 뭉근한 새벽 뒤적거림의 시간을 보내고 타이머 20분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