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벌레 무서워해

by 손묘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둘이서 살 땐 한 번도 방바닥이 따뜻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보일러를 틀어본 일이 없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보일러를 아끼지 않고 틀었다.


그래서일까? 따뜻해진 방바닥에는 노곤해진 바퀴벌레가 꼬였다. 오래된 주택집이었기에 바퀴벌레 한 두 마리쯤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근데 그동안 없는 듯이 지내다가 갑자기 나오니까 그것의 존재가 너무 싫고 너무 낯설고 너무 두려웠다.


안방은 온통 하얀 벽지에 모서리 부분만 까맸는데 하필이면 그 얇고 까만 부분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자신을 은신한 채 앉아 있었다. 도망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침대 끝에 앉아서 아기에게 밥을 주고 있었는데 그것과 눈이 마주쳤고 남편을 불러 벌레를 잡아달라고 했다. 남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벌레를 잡아주었다. 나와 아기를 거실로 내보내고 노란 영어책 한 권을 집어 들더니 안방 문을 닫고 벌레와 사투를 벌였다. 퍽 퍽. 승자는 남편이었다. 남편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우리 남편은 벌레를 무서워했다. 대학생 때만 해도 그랬다. 벌레가 나오면 긴장하는 모습을 분명히 봤었는데 10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그를 이렇게 강해지게 만든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두 달쯤 뒤에 남편과 의외의 대화를 나눴다. 어쩌다 그런 얘기를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 거야?"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벌레 무서워해. 근데 참는 거야"였다. "자기랑 열무랑 있으니까 내가 강하게 마음먹은 거야."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깜빡 속을 정도로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남편이 더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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