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챌린저스' 앱의 순기승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읽으면서 모닝 페이지란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느껴졌는데 일상의 고단함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잡일들을 처리하느라 '언젠가 해야지'하며 미뤄왔다.

  그러던 중 챌린저스란 앱을 알게 되었고 좋은 습관 만들기에 관심 있었던 지라 여러 가지 챌린지를 신청하여 인증하기 시작했는데, 첫 2주는 총 6가지를 신청하였다.

 만보 걷기, 오전에 물 한 잔, 감사 일기 쓰기, 책 읽기, 네이버 오늘의 영어회화, 매일 한 가지 질문에 답하기 등의 6가지로 2주 동안 100% 인증률을 달성했다.

 그리고 다시 신청 기간이 되어 챌린저스 앱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모닝 페이지"를 쓰는 챌린지를 발견했다. 이렇게 신청하지 않으면 미루기 좋아하는 나의 기질상 평생 모닝 페이지를 쓰지 않고 '언젠가 해야 할 목록들'에 또 하나 추가하게 될 것 같았다.

 3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30분이 금방 가서 놀랐다. 내가 이렇게 속사포로 할 말들을 쏟아낼 줄은 몰랐다. 내 안의 쓸데없는 찌꺼기들이 글을 통해 빠져나가고 모든 게 텅 빈 상태로 한차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몸을 샤워하는 것처럼 마음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온갖 안 좋은 것들로 절여진 뇌를 뽀득뽀득 닦아서 양지바른 곳에 바짝 말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런 잡생각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구간이 있어서 뇌를 잠시나마 쉬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이렇게 직접적으로 씻어낼 순 없지만 모닝 페이지가 차선책의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나의 감정 속 찌꺼기들을 모닝 페이지를 통해 해소할 수 있기를ㅡ 꾸준히 써보자.

 2주 동안 매일 인증 완료하고, 다시 신청한 챌린지는 총 7가지였다. 오전에 물 한잔 마시기, 모닝 페이지 쓰기, 감사 일기 쓰기, 책 읽기, 책 필사하기, 네이버 오늘의 영어회화 필사, 만보 걷기.. 이번 챌린지도 100% 달성을 완료했다.

 또다시 신청을 했다. 이번엔 9가지 챌린지를 신청했다.

 모닝 페이지 쓰기, 플랭크 하기, 책 읽기, 책 필사하기, 네이버 오늘의 영어회화 필사, 영어문장 5개 쓰기, 스픽 1강씩 듣기, 만보 걷기, 감사일기 쓰기

 모든 챌린지가 한 달 단위가 아니라 2주 단위다. 그래서인지 부담이 없다. 2주는 생각보다 정말 금방 간다.

 챌린지 인증을 하면서 좋은 습관들이 많이 생겼다. 만보 걷기도 주 3회 꾸준히 하게 되었고, 감사일기를 매일 쓰다 보니 불평불만이 사라졌다. 자꾸 의식적으로 감사할 일들을 만들어내다 보니(?) '아, 그럭저럭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닌가?'라고 세뇌당할 수 있어 좋다.

 챌린저스 앱 덕분에 하루에 20분 간신히 하던 영어공부도 2시간으로 늘어났다. 틈새시간의 위력에 또 한 번 놀랐다. 독서시간도 많이 늘었다. 필사인증 때문에 필사 또한 매일 하고 있는데 마음이 정화되어 좋다. 휘발되기 일쑤였던 책의 지식들을 종이에 꾹꾹 눌러쓰며 다시 한번 정리하고 담을 수 있어 서 좋다.

 모닝 페이지를 쓴 지 15일이 되었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잡생각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지, 이 모든 걸 걷어내고 쓸만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건져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 목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게 모닝 페이지인 만큼, 아무 쓸모가 없어도, 유용하거나 생산성에 1도 보탬이 되지 않더라도, 일단은 그냥 써보려 한다. 극단적인 고효율과 쓸모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순전히 자기만족과 즐거움에 의한 행동'에 얼마나 갈증을 느꼈던지, 단지 그냥 쓰기만 했는데 묘하게 위로가 된다.

 모닝 페이지를 시작하게 해 주고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챌린저스' 앱의 순기능을 널리 알리고 거듭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모작하여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