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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Apr 23. 2023

걷기의 예찬

산책하는 즐거움


 예전엔 사람들이 왜 등산을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산책광이 된 지금은 날씨가 좋을 때 등산을 하고 싶다고 동경하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바다보다 산이 좋아진다는데 정말 그런가. 물론 바다도 좋아하지만, 해안로 산책길도 좋다. 등산을 당장 갈 수 없다면 집 앞 산책로만 걸어도 좋다. 그냥 걷는 행위 자체가 좋다.



 걷고 있으면  가만히 있을 때보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비교적 '덜' 떠올라서 좋다. (잡생각을 아예 안 하기란 불가능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지만 걸으면서 듣는 자연의 소리가 심심한 위로가 된다. 보통 때라면 항상 무언갈 듣고 있거나 쉴 새 없이 말하고 있어서 주변의 소리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지만, 산책할 때만큼은 다르다.



 산책하면서 듣는 새소리가 마치



"잇츠미, 잇츠미, 잇츠미"

(it's me, it's me, it's me.)



처럼 들린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자신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찰나의 순간이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금방 지나간다.



 모든 게 인간 위주로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빠져나와 산책하노라면,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함께 어우러진다.



 산책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에게 '자아'가 있는 게 득인지 실인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자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자신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고, 항상 자기 자신에게 몰두해 있다.



 가끔 나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독서를 통해 다른 세상에 진입하고 관심을 환기시킬 수도 있지만, 산책도 큰 도움이 된다. 다리를 움직여 걷는 행위에만 몰두하며 자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


 

 자연은 목적이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순환한다. 자연처럼 목적 없이 놓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갈 가지고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자연 앞에서 아무 쓸모없이 느껴진다.



 마음이 어지럽고 심란할 때, 나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어 괴로울 때,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걷는 행위는 소리 없는 위로가 된다. 산책은 위로와도 같다. 혼자 걸어보자. 당신도 산책을 통해 자연의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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