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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May 06. 2023

툭하면 아픈 비루한 몸뚱이에 대한 한탄

감사일기가 필요한 이유


 툭하면 아픈 비루한 몸뚱이에 대한 한탄이 절로 나올 때면, 애써 감사할 것들을 물색해 본다.



 틈틈이 주 5회 만보 걷기를 하며 산책을 일상화하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유지했지만, 근래 들어 릴레이로 연달아 아팠던 것을 헤아려보면, 이 약해빠지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에 대한 애석함을 감출 수 없다.



 8살 딸에게 옮은 독감으로 끙끙 앓았던 게 올 초였는데, 4월 마지막 주엔 으슬으슬 오한이 들고 감기기운이 있어 약이나 탈 심산으로 병원 갔더니 열이 있다며 검사했더니 코로나 재확진, 일주일간 낫고 나니 생리증후군으로 두통과 소화불량이 심해서 거의 이틀간 아무것도 못 먹고 약만 먹고 누워 있었다. 아픈 와중에 아이들 챙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초인적인 힘으로 등교, 등원시키고 링거 맞고 다시 아이들을 챙겼다. 아픈데 육아는 연차도 없다는 게 서글펐다. 아무리 아파도 아이 둘을 학교와 어린이집 보내고, 학원 보내고 데리러 가고, 아이들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당연히 해야 할 하루의 루틴들이, 일련의 과정들이 서글펐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자식자랑과 남 아픈 소리라는데 이건 내 글이니 약간의 징징거림이나 한탄을 하긴 해야겠다.



 어쨌든 거의 쓸모없어 보이는 약해빠진 몸뚱이를 가진 1인으로서,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감사할 것들을 생각해 보자.



 <아픈 뒤 감사할 것들>



1. 우리가 때때로 격하게 아픈 것은 건강할 때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건강함을 되찾은 나의 몸뚱이여, 틈날 때마다 건강의 소중함을 환기시켜 줘서 감사합니다!



2. 귀찮다고, 먹는 시간이 아깝다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끼니의 중요함도 환기시켜 줘서 감사합니다!



3. 다 죽어가는 딸내미, 아픈 거 비밀로 했는데 어찌 알고 찾아와 쭈꾸미며 낙지, 미나리, 숙주, 전복, 각종 고기들 바리바리 시장 봐와 샤브샤브해서 먹이는 친정엄마 감사합니다! 말은 험하게 하고 공감능력은 없지만 아플 때마다 나 챙겨주는 건 친정엄마뿐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다.


 아프고 나니 보였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파도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밖에 없고, 날 챙겨줄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4.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몸이 좀 더 회복되면 만보 걷기와 근력운동을 병행해야겠다. 몸에 근력이 없으니 자주 아프고 면역력도 떨어지며 자주 피곤한 것 같다. 타고난 건강함이 없다면 보완이라도 해보자! 땜질이라도 해보자! 어쨌든 몸을 갈아타지 않는 이상 있는 몸뚱이로 잘 활용해봐야 하니까(?)...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에서 감사합니다!



5. 챌린지 100% 인증의 강박증을 내려놓게 됨에 감사합니다! 하루에 인증해야 할 챌린지를 9~10가지 신청하는 바람에 인증을 놓칠까 봐 아픈 와중에도 걱정이 됐다. 정확히는 100% 인증신화를 유지하지 못할까 봐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했는데, 링거 맞고 자느라 오전 인증을 두 번 놓치고 나니 (모닝 페이지, 아침계획 세우기 등)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그래, 100% 인증 못 할 수도 있지.. 그동안 한 달 반 넘게 지금까지 100% 인증완료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어쩌면 나는, 100%가 아닌 '오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는지도 모른다. 100% 인증이 뭐 대순가.. 인증 그게 뭐라고... 그래도 그동안의 기록이 좀 아쉽긴 하다.



 감사일기를 쓰니 불행하고 괴로웠던 날들에 함몰되지 않고 감사하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약해빠져서 주기적으로 주인을 고생시키는 몸뚱이에게 진탕 욕을 퍼붓고 싶다. 아, 아니지! 감사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잊지 말자! 감사합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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