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란 삶의 태도
나에게만 예외인 남편의 공감능력
어떤 상황에서든
'그럴 수도 있지'
란 태도를 보여
성인군자 같았던 남편
하지만 내가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어
울분과 분노에 차 있을 때
이 '그럴 수도 있지' 모드로
일관성 있는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때부터 분노의 발작버튼을
누르게 되는 셈이다.
가족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며 상황을 방치한다면?
함께 화내고 욕해주는 게
비록 그 당시의 문제 해결엔
도움 되지 않을지라도
화병을 방지하는 덴 큰 도움이 된다.
문제해결을 원했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거나
좀 더 공신력 있는 매체의 정보를
찾아봤을 것이지,
나와 비슷한 환경을 공유 중인
남편의 의견을 묻진 않았을 거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넓은 반경의
남들의 사정이나 헤아리고 있으니
속이 터지는 밤이다.
공감충이란 말로 조롱당하는 게
F의 숙명이라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공감을 못 해주겠으면
남들의 사정도 공감하지 말든가,
이왕 남들의 사정에 공감한다면
내 사정도 공감해 주든가.
공감조차 노선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으니
가족에게 더 가혹한
남편의 공감 반경
T와 F가 만난 비극을
마주 보는 순간이다.
공감능력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란 걸
남편과 살며 재차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