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책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불확실한 상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는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고, 잘못된 결정을 할까 봐 두려워한다. 너무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닌지, 아니면 너무 소극적으로 임하는 건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두려움을 누끼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두려움은 우리의 주의력이 고양되었다는 표지다. (...) 그러므로 문제는 두려움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다 보니 두려움이 우리를 마비시킨다는 사실이다. p.19
우리가 지금과 다르게 살았더라면 더 나았을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른 선택으로 말미암아 지금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을지도 모른다. 삶에는 늘 우연과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돌발 사건도 없고 일이 복잡하게 얽히지도 않는 단순하고 이상적인 상태를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p.20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모든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존재라면서, 우리와 같은 삶의 상황에 놓은 사람은 오직 우리밖에 없으며, 인생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만난다 해도 그것이 꼭 우리의 잘못 때문에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오히려 스스로 계산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어우러짐으로써 매 순간 우리에게 행동의 여지를 마련해 준다고 했다. p.21
따라서 우리가 지금 주어진 수단으로 진정 노력하고 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늘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의 현재 상황과 화해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다. 불가피한 것을 받아들일 때만이 우리는 열린 사람이 되며, 아직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서도 손을 내밀 수 있다. 오늘 우리에게 불행으로 여겨지는 것이 며칠 뒤 또는 몇 년 뒤에는 행복한 섭리로,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 것이다. p.21
우리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아도,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산책을 즐기고, 친구들과 좋은 만남을 마련하는 일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한다. 우리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즐거움을 부가가치를 약속하는 재충전이라고, 그다음 일을 더 잘하기 위한 휴식과 회복의 일이라고 변호한다. p.24
현재를 개선해야 하는 결핍상태로 보고 미래의 보상을 기대한느 한, 우리는 진정한 충만을 경험할 수 없다. p.26
봄의 아름다움은 여름의 결실과는 무관하다. p.29
벚꽃은 맛난 버찌가 되기 위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 계절에 피어나는 것이 합당하기에 피어난다. p.30
아이가 아이인 것은 성공적인 직장인이나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로 세상을 경험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다. p.32
아이가 아이인 것이 단지 성장해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면, 어른이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할 때까지 아이의 삶은 의미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아이가 아이인 까닭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선은 아이로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p.33
어른이 어른의 잣대로써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아이들의 하루를 어른 시각에 유용해 보이는 일정으로 꽉 채우면, 아이들은 자기들 본연의 과제를 더는 수행할 수가 없다. p.36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으며, 불안을 피하기 위해 성급하게 차차선으로 결정하는 법이 없다. 그는 감정 상태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정말로 맞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실험하고 아이디어를 갈고닦는다. 또한 처음에 잘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계속한다. 이것이 바로 건설적인 불만족이다. p.111
젊은 시절에는 종종 이런 '역설적' 성격 특성을 보이며 자기도 모르게 양극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반면, 나이 먹을수록 무엇이든지 명백하게 하고 싶은 강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p.111
많은 어른들은 불안한 삶의 상황에 불가피하게 들어가게 될 때에야 비로소 창조력을 작동한다. p.113
우리는 겉으로는 굉장히 개성을 발휘할 수 있을 듯한 인상을 주는 문화 속에서 살지만, 알고 보면 매우 사적인 일에까지 사회의 다수가 하는 대로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특이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위화감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개인적인 의식과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집단적인 의식과 집단적인 감정의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p.116
삶은 완전히 통제하고 조절하기에는 너무 복합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삶은 늘 우리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p.182
에픽테토스의 가장 중요한 충고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라는 것이었다. 에픽테토스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면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했다. p.187
삶의 불확실성과 모순들을 인생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불행이나 아픔, 슬픔, 후회, 실망, 괴로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려운 시기를 더 잘 견딜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p.188
"고생과 죽음, 고통과 운명을 삶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서 형태와 모양을 앗아버리는 것이다. 운명의 후려침, 그로 인한 격심한 고통 속에서야 비로소 삶은 형태와 모양을 얻는다." p.191
- 빅토르 E. 프랑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