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책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
최소한의 확신도 없다면 이성적 인간은 아이를 낳을 수도, 여행을 떠날 수도, 정치 문제에 대한 투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p. 26
두려움은 시야를 후리고 선명한 사고를 방해한다. 그래서 겁에 질린 사람은 현명한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p.56
상황에 따라 적절한 해결책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정하는 것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보다 낫다. p.85
짐이 가벼운 사람일수록 '허공으로 점프하기'가 쉬운 법이다.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쌓게 되는 지식과 신념 같은 '정신적 소유물'또한 이러한 짐에 해당한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혹은 된다, 안 된다를 미리 재단하는 것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서는 길을 막아서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되기 때문이다. p.150
미지의 영역으로 떠나려는 사람은 이미 만들어진 생각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불가능해 보였다고 해서 모든 길이 근본적으로 차단되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매일 변하고 있다. 어제까진 맞았던 사실이 내일부터는 터무니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p.151
모든 것이 이미 정해졌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현실이라는 핑계에 발목이 잡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과거만 추억하며 살 뿐이다. 앞서 수디르 카카르가 말한 대로다. "행동하기 위해선 너무 현실적이어서는 안 된다." p.151
이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은 모든 창의적 작업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도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이리저리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대신 확실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잘 알고 검증된 환경에서만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보다는 확인된 길을 가는 편을 선호한다. 하지만 '불확실하고 불분명하고 모순되는 상황 속'에서 위의 숨어 있는 창조적 능력이 발휘된다. 크납은 자신의 저서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에서 애매한 시간을 짜증 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살릴 유의미한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p.157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도 부모는 모든 순간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 아이는 그 누구도 어떻게 되리라 단정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불확실한 길을 함께 걸어가며, 그게 길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을 때조차 아이를 지지하고 용기를 줘야 한다. 이는 확신과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이 충분할 때 가능한 일이다. p.163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힘들고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글쓰기는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p.189
자신의 감정 혹은 경험을 명명하고 글로 설명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적 거리를 만들어낸다. 경험에 사로잡히는 대신, 관점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p.190
그저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글의 치유력을 경험하고 내면의 확신을 강화할 수 있다. 약속 시간을 깜빡하거나, 서류가방이 뒤죽박죽 되거나, 열쇠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날의 짜증스러운 불운들을 글로 옮기면서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하나같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p.192
결국 모든 게 남의 일인 것처럼 한바탕 웃어버리고 말았다. p.193
엄청난 재앙도 그걸 소재로 글을 쓰다 보면 한결 견디기 쉬워진다. 글을 쓰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와 연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미래의 독자라 할지라도 연대감은 느껴진다. p.193
글쓰기만큼 간단하고 시도하기 쉽고 부작용 없는 방법도 없다. p.194
영국 사람들은 '희극 = 비극 + 시간'이라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수많은 짜증 나는 일에 이러한 공식이 적용된다. 당장 오늘 내 심기를 거슬리게 한 많은 일들, 예를 들어 연착한 지하철이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 엉망진창이 된 휴가 등이 내일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좀 참을 필요가 있다. p.288
달라이 라마는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유머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한 가지 사안을 여러 관점에서 보려고 애쓴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한 개인으로서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p.289
'스스로를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유쾌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갖기 위한 필수요소다. 자신의 선호와 바람, 관심사에 전적으로 몰두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 성향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걱정과 필요에 확대경을 갖다 대서 비정상적으로 크고 급박해 보이도록 만든다. 따라서 위기 상황일수록 자신만의 우물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자신의 약점은 물론 불완전한 세상을 두고 웃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