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엔드 오브 라이프'

삶을 마감하는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by 손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이 죽음이란 놈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암이란 큰 병이 나만 피해 가리란 보장 또한 없다.




신년운세 볼 때 점쟁이가 총 3가지의 악담을 했다.



1. 마흔 초반~중반 사이에 암에 걸린다.

다행히도 완치되는 데 그게 대운이다.



2. 일반인 사주도 아니고 서민 사주라 돈복이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라.



3. 말년에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나로서는 돈 주고 악담을 사들인 꼴이다.




허무맹랑한 말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일단 내뱉은 말들을 들은 이상 계속 내 뇌리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뒤로 항상 ‘나는 사십 대에 암에 걸릴 수도 있다’를 전제로 깔고 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죽음이 ‘당분간은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이라면 죽음을 다룬 이러한 책들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게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을 마감하는 방법’뿐 아니라 ‘삶을 살아갈 지혜’도 알 수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은, 남겨진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준다. 죽음은 남겨진 자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힌트를 준다. 죽어 떠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슬픔만 두고 가지 않는다. 행복 또한 두고 간다.’ (p.363)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나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죽음을 맞이한 가족들의 담담한 행보가 때론 기이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죽음의 순간이 오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걸 담담하게 인정하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나의 존재가 무無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고 스스로 절을 찾아가, 자신의 사후 일에 대해서 승려와 상담하고, 재택치료를 하며 가족들과 가까운 온천에 가고, 등산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고.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를 보면서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언젠가 죽을 운명을 지닌 몸에 불과하다. 다만 나는 아직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내일 사고로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모리야마처럼 필사적으로 지금을 즐길 수 있을까. 그저 다가오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p.320)




열심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고, 하고픈 일들을 하며 자신을 기분 좋은 상태에 머무르게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게 지금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전부가 아닐까.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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