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글을 쓰거나 너무 감정 섞인 글을 쓸 때면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현타가 온다. 마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 날엔 나 자신이 싫어지는 것처럼.
나만 피해자인 줄 알았고, 나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줄 알고 잔뜩 가시를 세우고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역할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내가 누군가를 상처 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약자'이자 '피해자'의 입장이라 여겼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 다시 읽으니 너무 부끄러웠다. 더구나 아는 작가님이 적어놓은 댓글을 보며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은연중에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글을 발행했구나! 아직 내 마음의 그릇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 싶어 괴로웠다.
누구도 상처 주고 싶지 않지만 그런 글을 쓰기엔 내가 지나치게 솔직하기도 하고, 모두의 눈치를 보다가 아무 의견이 없는 밍밍한 글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러운데, 이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아무도 상처 주고 싶지 않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상처받는다는 사실이 괴롭다.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만큼 되도록 타인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상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완전히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제자리였나 보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엔 아직까지 억울함과 울분이 남아있었나 보다. 은연중에 누군가 툭 건드린 불편한 말 한마디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어 지나치게 날 선 글을 쓰고 말았다.
쓸데없는 글을 쓴 뒤의 자괴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과정을 겪게 될 듯싶다. 어쩌면 이 계기로 슬럼프가 오거나 아예 글을 쓰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지만, 글 쓰는 걸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자신을 다독여주고 응원하는 만큼이나 자신이 허접한 실수를 했을 경우엔 마음껏 혐오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거쳐 회복기에 들어서야 한다고 느낄 뿐이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는 삽질과 보완의 반복이 아닐까.
모든 게 맘에 안 드는 투성이었던 20대 시절, 다 리셋하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삶으로, 멋지고 매력적인 인간으로 다시 거듭나고 싶었다. 항상 우울했고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훌륭한 사람들은 많은데 나는 그들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아쉬웠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완벽한 삶이란 없다.'
완벽한 삶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글 또한 없다. 허접한 글이 다듬어져 조금씩 나아질 뿐. 자신의 불완전함과 허접함을 받아들이고 잠시 의기소침해 있다가 보완하기 위해 움직이자. 그러다 보면 마음에 드는 글 하나쯤 건질 수 있게 되고 혐오의 감정에서 뿌듯함으로 감정의 전환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난 아직 마음에 쏙 드는 멋진 글을 쓸 만큼 글을 많이 써보지도 않았고, 글쓰기는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신생아에 불과하다. 재능을 따지기엔 아직 많이 노력해 보지도 않았다. 스스로의 불완전함과 허접함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보완해나가자. 나는 아직 이 정도의 그릇이구나를 인지하고 조금씩 그릇의 크기를 넓혀나가자. 시행착오를 통해 글쓰기의 근육을 조금씩 키워나가자.
이제는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글쓰기보다는 앞으로의 재미난 일들, 기대되는 내일에 관한 글들을 많이 써보고 싶어졌다. 물론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 문득 회상해보는 글을 쓰고 싶어질 때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쓰고픈 글들이 바뀌겠지만, 글을 쓰다가 당시의 감정에 너무 함몰되지는 않으려 한다. 이렇게 또 한발 성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