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놀리는 남편에게, 아내의 대처

글 쓰는 아내를 건드리지 말 것

by 손나다

바지 하나를 만들었는데

건조기 돌릴 생각으로 한치수 크게 만들었더니 허리가 좀 크다.




그래도 일단 만들었으니 호기롭게 상의를 넣어 입어 보았는데

입은 걸 보더니 남편이 페인트공이냐며

그런 천은 어디서 구했냐며

자기랑 떨어져 걸으라며

아주 가루가 되도록 신나게 까는데

나 놀리는 게 삶의 낙인가 싶다.


문제의 그 페인트공 바지



틈만 나면 놀려대고 속이려 드는데

매번 속아 넘어가는 게 분해서 울분이 쌓일 정도다.




멜빵 치마는 요새 왜 안 입냐며 뜬금없이 묻길래

학생이냐고 조롱당해서 안 입는다 하니

그 정도 놀림에 안 입을 거면 그 옷에 대한 애정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라며 아주 참신한 헛소리를 정성껏 해댄다.

그냥 놀릴 건더기가 필요한 거겠지.




남편이 놀리는 옷들을 계속 입기엔 놀릴 건수를 지속해서 던져주는 꼴이고,

입지 않기엔 남편의 말이 내 옷차림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침을 인정하는 꼴이라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지는 기분이다.




여하튼 보답의 뜻으로 남편을 까는 글을

브런치에 발행해 두었다. (평생 박제)




'사기결혼'이라는 제목만 읽고 글은 안 읽었는지

'사기결혼이라면서요. 이혼하세요.'란 댓글이 달린 건 덤으로 얻은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것도 박제)




(일전에 그릇의 크기가 작다느니 반성하는 글을 썼는데 제 그릇이 아직 1센티도 커지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사기결혼의 전말'이 조회수 1만을 돌파하면서

이따금 신상이 털릴까 봐 불안해하는 남편에게

필명으로 썼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 없으니 걱정 말라며 다독였다.




내가 솔직하게 글을 쓰는 이유도 남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이나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보인다는 이론이 맞다면 말이다.




지나치게 솔직한 글로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나의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조금은 먹히는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날 놀리는 재미에 살고 있지만.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나는 글로 보여주었다.




(남편을 까는 글들은 남편의 컨펌을 받은 뒤 발행함을 알려 드립니다.


남편은 아내를 놀리는 데에도 진심이지만 아내가 자길 놀리는 것 또한

호탕하게 넘기는 편이라 제가 쓴 글을 재밌게 생각하고 놔두는 듯합니다.


글 열심히 쓰라고 노트북까지 사주었네요.

남편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 분발(?)하려고요.)




+ 방금 광대뼈 멍들었냐고 진지하게 들여다보네요.

봄맞이용 치마를 입으며 볼터치를 했는데 말이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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