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수강생의 질투는 귀엽다.
다양한 수강생을 만나는 즐거움
옷 만들기를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수강생들을 만난다.
그중 나이 드신 분들은 비교적 젊은 강사의 나이를 왜 그리 궁금해하는 걸까. 대충 30대 후반이라고 얼버무려도 정확한 나이를 알고 싶은 건지 자녀들의 나이를 묻고 여러 정황들을 가늠해 나이를 집요하게 묻는다. 나 또한 끈질기게 30대 후반이라고 답변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한없이 넉넉한 마음을 가졌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젊은 여자들 못지않게 엄청난 질투심을 보일 때가 많다. 마치 나이에 갇힌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었지만 여자인 것이다.
자기의 질문을 최우선으로 봐주길 바라고 다른 수강생들이 물을라 치면 황급히 가로채 질문 공세를 이어간다. 그럴 때마다 '잠시만요'는 내 단골 멘트가 되었다.
내향적인 수강생들은 이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힐 수밖에 없다. 대체로 뒤쪽에 앉거나 사이드에 자리 잡은 수강생들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서로 선생님을 불러대는 치열한 현장에서 이 내향적인 학생들은 조용히 손을 들뿐이다. 못 보고 지나치기 일쑤라 크게 불러주었으면 좋겠건만 항상 손을 든다. 이렇게 내향적인 수강생의 직업이 스타일리스트라니 가끔 믿기 어렵다. 스타일리스트는 여러 연예인들을 상대하는 직업인 만큼 그들에 못지않게 기 세고 활발한 성격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수많은 연예인들을 일상처럼 봐와서 일반인 취급하며 무덤덤해하는 것도 신기했다. 좋아하는 특정 연예인이 없으며 굳이 말한다면 축구선수를 좋아하는데, 유명하지 않아서 모를 거라는 말에 누군지 묻자, 역시나 모르는 이름이었다. 다들 허탈하게 웃을 수박에.
또 다른 내향적인 수강생은 질문을 하는 법이 없다. 내가 다가가 잘 되고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잘되고 있다고 답변하지만 항상 자기 나름대로 미싱으로 박고선 잘못 박은 걸 나한테 걸려서(?) 뒤늦게 뜯기 일쑤다.
자기가 내향적인 편이라고 얘기해서 '괜찮아요. 내가 계속 말 걸 거니까.'라고 하니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나도 내향적인 학창 시절을 겪었기에 외향적인 사람들 틈에서 치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러울 뿐이다.
한편 외향적이고 나이 든 수강생들의 질투심이 때론 독점욕으로 변질될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다. 다른 수강생들을 봐주고 한 바퀴 돌아본 뒤 그분을 봐주러 오면 꼭 잘못 박아놓고
'선생님이 다른 분들 봐주는 사이에 실수했네요.'라고 원망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분명 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갔는데도 옆에서 지켜봐 주길 바라는 태도다.
다른 수강생들과 조금만 길게 수다 떨어도 질투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른 나이 든 아주머니 수강생의 경우, 과정이 다 끝나고 종강한 지 두어 달 지났을 때 뜬금없이 보고 싶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학원에 한번 놀러 오라고 답변하자 내 연락처가 없다고 해서 알려줬더니 그 뒤로 '뭐하세요'라는 카톡이 와서 '무슨 일 있냐'라고 물으니 '지금 빵 굽고 있는데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라고 한다.
이런 카톡을 받으면 무뚝뚝한 성격의 나로서는 뭐라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원에 한 번 놀러 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야 하나.
가끔 동화를 읽다 보면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질투하는 수많은 나이 든 여자들이 마녀로 묘사되는데, 나도 나이 들어가는 처지였기에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꼭 동화에서까지 나이 든 여자들을 마녀로 취급해야 하나!' 억울해했다.
그런데 이젠 이러한 묘사들이 어느 정도 근거를 바탕으로 제작된 게 아닌가란 합리적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마녀로 묘사한 건 여전히 기분 나쁘지만 말이다.
그밖에도 수강생의 밥 같이 먹자는 요청에 이리저리 거절한 점이 있겠다.
그들과 같이 있으면 넘치는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게 느껴진다.
강사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다른 수강생보다 나를 더 챙겨주고 내 질문을 우선시해줬음 하는 욕구, 하나라도 강사에게서 정보와 기술을 뽑아가려는 욕구, 강사를 독점으로 차지(?)하고 싶다는 욕구 속에서 오늘도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강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모난 구석 없이 인정 많고 좋은 분들이 많았기에 그들의 삐뚤어진 질투가 그저 귀엽게 느껴질 뿐이다.
설명하길 좋아하고, 나의 기술과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에 보람을 느끼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수강생들과의 기분 좋은 인연은 이 직업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수강생 분들은 실력도 극과 극이지만 성격도 극과 극이다.
외향적인 분들의 넘치는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상대적으로 치이고 묻히기 일쑤인 내향적인 분들을 챙기면서 적절한 조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