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인들은 내가 얼마나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것이다. 대체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림 그리기, 독서와 글쓰기, 산책만큼이나 좋아하는 취미가 음악 감상이다. 음악 감상만큼 큰 위안을 주는 게 또 있을까.
대체로 해외 인디음악이나 마이너 감성의 음악들을 찾아서 파도타기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무작위로 음악을 듣는 편인데, 이러한 경로로 태국의 싱어송라이터인 '품 비푸릿'의 노래들을 발견하여 듣게 되었고, 곧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가 바로 두 달 전 펜타포트(인천의 락 페스티벌)에 공연하러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친 사람처럼 라인업을 샅샅이 뒤졌고, 일요일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날 펜타포트 가려다 같이 갈 지인을 구하지 못해서 안 간 나 자신... 하..... 항상 뒷북치는 나, 반성 좀 해야 한다! 대체 그동안 '품 비푸릿' 음악도 안 듣고 음악 많이 듣는다고 얘기하고 다녔으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내년 락 페스티벌 땐 아도이(ADOY), 글랜 체크, 품 비푸릿(Phum Viphurit), 프렙(Prep), 검정치마가 같은 날 라인업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 (꿈도 크다)
앨범도 정주행하고, 유튜브로 '품 비푸릿'의 영상을 죄다 찾아보는 중이다. 사진만 봐도 너무 순수한 영혼처럼 느껴진다. 보고 있노라니 나까지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품 비푸릿'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음악에 취해서 즐겁게 연주하는 '브라멘 음악대'가 생각난다.
그의 계정에 올라온 사진들
그의 앨범평에 뻘하게 웃긴 댓글이 있었는데
'태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왜냐면 품 비푸릿이 태어났기 때문에'
진짜 야밤에 빵 터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정말 그렇다. 좋은 나라다, 태국은.
팬들의 소문에 의하면 멜론(음악 듣는 앱)에 4년이 지나서야 그의 프로필 사진이 겨우 올라왔다고 한다.
'Hello, Anxiety'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중간에 갑자기 품이 춤추기 시작하는데, 검정치마의 '어린양' 뮤직비디오가 연상되면서 이것도 뻘하게 웃기다. 춤추기 전에 쌍따봉을 날리는 것도.
공연장엔 맨날 집에서나 입을 법한 추리한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데, 음악 후광효과 때문인지 이것도 간지 나 보인다. (공연 영상 찾아봄)
인스타 팔로잉하려고 계정을 찾아가 보니, 프렙이 품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놨다. (프렙도 '좋아요'를 누름?? 하도 활동 안 하길래 인스타 잘 안 하는 줄...) 내가 좋아하는 프렙, 아도이가 품을 팔로잉하고 있었다. 아도이 보컬은 검정치마를 팔로잉하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서로를 팔로잉하고 있었다. (검정치마 예외. 검정치마는 2명만 팔로잉했다. 도도한 조휴일!)
취향은 연결된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다 연결돼 있다.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대표곡이 'Lover Boy'인 것 같은데 'Softly spoken', 'Hello, Anxiety'도 너무 좋아서 무한반복 재생 중이다. 알고 보니 새소년 보컬인 '황소윤'이랑 콜라보로 작업도 했었네. (맥심 광고 ost라는데 tv를 안 보니 알 턱이 있나)
여하튼 요새 '품 비푸릿'에 완전 중독되었다. 스토리도 왜 이렇게 쓰잘데 없는 것만 올리는지... (철창에 갇힌 강아지 사진은 대체 왜 올리는데...) 유용하지 않아서 좋다.
너도나도 잘났다고 떠든다. 가르치고 다그치고 변화시키려 드는 피드들의 물결 속에서 좀 지친 것 같다. 이런 피드들은 자기 계발이나 성장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어쩐지 '너는 지금 아직 한참 부족하고 불완전해. 지금보다 좀 더 노력해야만 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엔 자기 계발 관련 인스타 피드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나는 지금 자기 계발을 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라는 뽕에 취하느니, 그냥 차분하게 세속의 시끄러운 잡음들을 끄고 혼자서 책이나 더 읽는 게 나을 듯하다.
이런 식으로 B급 감성에 젖어든다. 그는 완벽하지 않고 허술하다. 마치 '음악'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앨범으로 듣는 그의 음색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감동적이지만, 공연 영상으로 찾아본 그의 라이브는 녹음한 목소리만큼의 울림은 없다. 하고 다니는 행색도 남들의 이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옷차림이다. 머리는 가끔 안 감은 것처럼 뭉쳐있다. (왁스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왁스를 바를 만큼 부지런하지는 않은 것 같다. 왁스를 바를 정성이었으면, 일단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썼을 테니까...아닌가, 왁스인가.. 뒤늦게 꾸민 사진들을 보니 어쩌면 왁스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이 '품 비푸릿'을 까는 글이 아님을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이 글은 철저하게 그에게 빠져들게 된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든 음악들이 나의 하루를 충만하게 만들어 준다. 음악 하나로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인 동시에 허무할 정도로 쉽다. 늘 생각하건대, 내 행복은 가성비가 좋다. 이만 품의 곡들을 들으러 가봐야겠다. 요새 하루라도 품의 노래를 안 들으면 가시가 돋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생동안 한 번은 품의 곡들을 들어보길 바란다! 물론 이미 들으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이 글에 첨부하려고 품의 사진들을 찾아보다 보니 멀끔하게 차려입은 사진들도 종종 눈에 띈다. 멀끔하게 입으니 훤칠한 키 덕분인지 모델같이 보인다. 품, 한국 공연하러 올 때도 이렇게 좀 입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