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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Oct 29. 2022

티켓팅에 성공하는 방법

검정치마의 티켓팅은 광탈하고, 임영웅의 티켓팅은 성공했다.

수요일에 검정치마 단독 공연의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있었다.

그리고 똥손답게 광탈했다.



(나는 대학생 때 수강신청에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취소되는 수업을 주워듣거나, 엄청난 공강의 압박을 느끼는

빵꾸난 시간표를 감내해야 했다.)


    

몇 년 동안 검정치마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려 왔기에,

막상 공연이 열려도 갈 수 없다는 사실에 1차 화가 났고,

누군가는 간절한 팬들을 이용해 프리미엄가를 붙여

티켓을 팔 거란 사실에 2차 화가 났다.

(이들을 ‘플미충’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그런 욕을 먹어도 싸다.)


     

검정치마가 이렇게 치열하게 인기 있다는 사실도 짜증이 났다.

내 주변에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곤 나와 윤주 두 명뿐이다.      

거기다 공연이 솔드 아웃됐다고 좋아하는 피드를 올린

조휴일이 엄청나게 얄밉게 느껴졌다.

아니, 이렇게 치열할 거면 좀 더 큰 공연장에서 하든가???


     

한참 분개하고 있는 나를 윤주가 달랬다.

그래도 해체하지 않고 꾸준히 새 앨범 내주고 활동하며

공연해주는 게 얼마나 기특하냐며...

그래 내가 욕심이 과했구나.



만약 검정치마 공연의 취소표도 구하지 못한다면

플랜 B를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검정치마 티켓팅은 연습용이었나.



비록 검정치마 티켓팅은 실패했지만

다음날 열린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팅은 성공했다!   


  

무려 고척돔에서 열리는 대규모 연말 공연이었는데

티켓팅에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했다.



7시 59분부터 미친 듯이 예매하기를 눌렀고,

8시가 되자마자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데

대기인원이 2800명이었다.

대기시간은 40분!

하지만 이때 새로고침을 누르거나 뒤로 가기를 하면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40분은 3분으로 줄어들었고,

자리 고르는 창이 뜨자마자 자리를 눌러댔는데

고르는 자리마다 계다른 사람이 결제 중이라 나왔다.



자리를 고를 틈도 없이 미친 듯이 눌러대는 와중에

가족석 2인 자리를 티켓팅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 보면 검정치마의 티켓팅을 발판 삼아

임영웅의 티켓팅에 성공했으니,

세상에 의미 없는 실패 경험은 없나 보다.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



티켓팅을 할 때 자리를 고르면 안 된다는 점.

그냥 고를 틈도 없이 미친 듯이 자리를 찍고  

냅다 다음 단계인 결제버튼을 눌러야 한다.



돌이켜보니 이건 누가 더 빨리 다음 단계인

결제 버튼을 누르느냐의 싸움이다.

태평하게 자리를 고르고 있다 보면 이미 마감된다.   



또 하나 팁은,

모두가 VIP 자리를 노릴 때 좀 더 넓은 시야로

뒤쪽 구역을 애초에 처음부터 누르는 것이다.

가운데 자리보다는 사이드 자리를 노리는 게

티켓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여하튼 나는 검정치마의 티켓팅을 연습 삼아

임영웅의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었고

임영웅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항상 임영웅 팬들 단톡방에서 공연 한번 가보지 못하고

조용히 짜게 식어 있었다는 우리 김여사 님...

지금 다른 팬분들께 딸내미가 티켓팅에 성공했다며

엄청나게 자랑 중이라고 한다.

(임영웅이 어머니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임영웅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취향 존중하기로 한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똥손의 아이콘인 내가

임영웅의 티켓팅에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이 티켓팅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효도를

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더불어 지금의 이 상황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검정치마의 티켓팅엔 실패하고

치열하다는 임영웅의 티켓팅에 성공하다니!



벌써 당근 마켓에 임영웅 플미 티켓이 올라왔는데

40-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50만 원짜리 암표를 사드리진 못하지만

비록 구린 자리일지라도 티켓팅에 성공하여

부모님께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다니

이것 자체로 너무나도 뿌듯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검정치마의 피켓팅 광탈은

값진 경험이었다.    


  

취소표가 하나도 안 나오는 걸로 봐서

플랜 B를 시행해야겠다.     

여기서 플랜 B는 플미 티켓을 산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플미 티켓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

그들에게 이익이 가는 행동은 0.1그램도 할 생각이 없다.

그 대신 아도이의 무료공연에 갈 생각이다.



무료공연이라 선착순 줄 서는 게 좀 힘들 것 같긴 하지만

끝까지 취소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검정치마와는

다음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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