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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Nov 29. 2022

틈날 때마다 돌직구 날리는 며느리

(양가 어른들과의 여행 후기)

지난 주말 양가 어른들과 즐겁고 행복한(?)

1박 2일간의 양평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일정을 따로 짜두었지만

양가 어른들의 바람대로

첫날 양평 파크 골프장에서 36홀을

돌며 마음껏 치시게 했네요.



이때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고

다들 좋아하셔서 뿌듯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맘에 걸리는 건



골프를 치는 도중

시엄니가 친정엄마께

살림에 대한 제 흉을 봤고,

저에게 기껏 칭찬한다는 말이

'과일을 잘 깎는다'라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칭찬은 며느리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상태의 칭찬 같아서

칭찬을 받아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찜찜한 형태의 칭찬이었지만

어쨌든 칭찬은 칭찬이니까요.



본인이 하고픈 말은

어떠한 형태로든 하고야 마는

시엄니의 특성을 감안하여

대인배인 제가 참기로 했습니다.



아, 물론 저도

완전한 대인배는 아닌지라

이렇게 대나무 숲을 활용해 봅니다.



(이미 실컷 피나게 잔소리해놓고

'본인이 말하면 기분 나쁠 테니

친정엄마가 대신 얘기해달라'라며

제 살림살이를 흉보셨다고요..

그게 더 기분 나빠요!!!


살림살이가 헤프다고요??

그 많은 택배들 아들이 다 시킨 거라고요!!

아니 내가 명품백을 샀음 억울하지나 않지!!

집에 책 많다고 잔소리하고...ㅜㅜ


시엄니처럼 깔끔한 분과는

2박 3일 함께 있는 게 한계치다!!

대나무 수우웊!!!!!)



양가 어른들과

하루 종일 함께하다 보니

급 피곤해지고

미친 듯이 혼자 있고 싶어 졌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네 분이서

큰 방에서 주무시겠다고 해서

옆방에서 책 읽고 메모하며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큰 방으로 넘어가니

시엄니랑 친정엄마가

'무뚝뚝한 며느리, 매정한 딸'을

주제로 '서운함 배틀'을 하고 계시더군요.



(친정엄마는 시엄니께 '엄마인 나에게도

무뚝뚝하고 서운하게 하는 딸이다. 그나마

시어머니께 잘하는 편이다.'라는 형태로

서운해하는 시어머니를 달래고 있더군요.)



어른들을 만족시키기란

(특히 '여자' 어른들)

하늘의 별 따기인 듯합니다.



아니 그리고

며느리, 딸이 강아지야??

틈날 때마다 애교 부리고

재롱떨고 어른들 비위 맞춰야 하냐고???

(아무도 사위에게 이런 걸 요구하지 않지만

며느리나 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하는

현실의 작태가 한탄스럽다!)



결론 : 그럭저럭 무탈한 여행이었어요.

시엄니의 고나리 짓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어쨌든 양가 어른들은 넘나 좋아하셨음.

도전하실 분들 도저언(?)

하지만 깨달았죠.

다들 말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

또 놀러 가더라도 텀 좀 두고 가야 할 듯.



양가 어른들 모시고 여행 왔는데

친정 부모님 앞에서

며느리 살림 못한다고 흉보고

그동안 서운했던 거 다 얘기하고

다른 집 며느리들은 엄청 잘한다며

비교하는 울 시엄니 레전드....



???

어머니....?

지금 머하시는.....??



못 참고 시엄니께

'어머니는 신세대 며느리 얻으시면

아주 기절하시겠네요!^^'

라고 웃으며 비꼼.



'너어무 스트레스받아서

어머니랑은 같이 못 살 것 같아요!^^

길어도 2박 3일이 한계예요!'

라고 웃으며 2차 돌직구 날림.



'나도 너랑 같이 살기 싫어!

차라리 요양원을 가지

너랑은 안 산다!'



시엄니와 나

빨래 개다

서로 정색함ㅋㅋ

남편이 둘이 뭐하냐며..



친정엄마께 제 흉을 본 건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그런 의미인데요...)



'어머니

친정엄마께 제 흉이나 보시고..^^


여행 보내드리고 욕 진탕 먹는 며느리

여기 있네요! 어휴~~(셀프 토닥)'



하며 아주 돌직구 따따블로

날려버림ㅋㅋㅋㅋ



어머니가 갑자기 미안했는지

변명을 하시며 급 조용해지셨네요ㅋㅋ

자기가 본래 성격이 별나서

일단 눈에 보이면 치워야 할 게 눈에 보인다며..

하고 싶은 말도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며...

(네 그래서 마음껏 치우시게 뒀지요.

잔소리도 피나게 듣고요..^^)



이렇게 또 글감을 던져주신

우리 시엄니 감~사합니다! (합장)

마음 수양할 계기를 팍팍 주셔서

가암~~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새해엔 시댁에 놀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시댁에선 살림 잔소리 안 하시겠지..



며느리를 진정으로 아끼고 좋아해 주는

시어머니는 정녕 세상에 없는 걸까요?



그런 시어머니는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나 봅니다.

(일단 울 시엄니는 아님)



결혼식 날 마치 아들 뺏기는 것처럼

아들을 얼싸안고 대성통곡(?)하시더니ㅋㅋㅋ



시어머니의 무한 사랑을 듬뿍 받는

며느님들 부럽네요!



이번 생은 아닌 걸로!



예쁘게 보기 시작하면 모든 면이 예뻐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만을 갖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ㅡ손재주&손나다

(시엄니 덕분에 명언제조기 되겠네요^^)



시엄니는 나에게 참 감사한 사람...☆


여행 보내드리고

욕 진탕 먹은 며느리 나야 나!



그러고 보면 참 세상에 스승 아닌 사람이 없다.



담부턴

시어머니 빼놓고

여행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버님께서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오셔선

'고생 많았고 네가 참 애썼다.

여행 가서 좋은 구경 많이 시켜줘서 고맙다.

사돈어른들께도 감사하다고 인사 전해드려라.'

라고 말씀하셔서 그나마 허탈했던 마음이

위로가 되었다.

역시 아버님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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