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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Dec 09. 2022

내가 주접 디엠 보냈던 뮤지션들 1. PREP (프렙)

[덕세이] 즐겨 듣는 노래를 추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디엠 보냈던, 정확하게 말하면 주접 디엠이죠. 여하튼 디엠 보냈던 뮤지션들의 곡들을 추천해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제가 작년 6월부터 인스타그램으로 그림 계정을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디엠 기능'이 정말 신세계였어요.



'아니, 유명인들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도, 카톡에 추가돼 있지 않아도, 디엠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정확히는 말을 걸 수 있다니?입니다)'



그래서 이 디엠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틈날 때마다 내 스토리에 언급하고, 소환하고, 그들의 스토리에 말을 거는 등 꽤 못 살게 굴었죠.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전자기기를 마구 접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처럼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정말 많은데, 간추려서 오늘은 세 뮤지션의 추천 곡들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즐겨 듣는 곡들인데요. 그중 첫 번째 뮤지션은 바로 PREP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곡은 PREP의 Cheapest Flight입니다.



프렙은 영국의 4인조 밴드인데요. 사실 프렙과는 신기한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산책할 때마다 프렙의 곡들을 즐겨 듣고 했었는데, 프렙이 올해 5월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라인업 되어 공연하러 온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 당시엔 토요일에 제가 일을 하고 있었고, 이미 일주일을 남겨둔 상황이라 표도 매진되어 갈 수가 없었죠.



보통 분들이라면 아쉬워하면서 끝냈겠지만, 저는 곧바로 인스타에서 프렙을 검색하고 팔로우한 뒤, 프렙에게 장문의 구구절절한 디엠을 보냈습니다. (저의 이 광기!)



'안녕, 나는 프렙을 좋아하는 한국의 빅 팬이야. 프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고, 난 항상 너희의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기를 꿈꿔왔어.



지난주에 나는 프렙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온다는 걸 알게 됐고 티켓은 이미 솔드 아웃된 상태였어. 거기다 나는 주말에 일해야 해.



프렙이 한국에 공연하러 오는데 만나러 갈 수가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 너희의 곡들을 직접 듣는다면 난 천국에 있는 기분일 거야.



나 산책할 때마다 너희 곡들 언제나 들어. 좋은 곡들 만들어 줘서 고마워.



내년 가을 록 페스티벌엔 꼭 한국에 다시 와 줘. 좋은 하루 보내.'



정말 구구절절하죠? 안 되는 영어 문장은 파파고의 힘을 빌렸습니다. (번역투 문장 알 게 뭐예요? 알아듣기만 하면 되죠~)



프렙이 아마 읽고서 '얜 뭐야?'하고 무서워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프렙이 다음 날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친절한 너의 메시지 고마워. 우리 모두 너의 말들에 감사하고 있어. 우리 아마 가능하다면 단독 공연을 서울에서 할 거야. 아마 가을쯤 안 되면 내년엔 꼭 할 거야.'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 줄 아세요? 7월 달에 프렙이 단독 공연을 서울에서 한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전 티켓팅에 성공했어요. 11월 18일에 드디어 단독 공연을 볼 수 있었죠.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남아 있어요!



보컬 톰이 마치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얼핏 들으면 여자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여하튼 대박은 뭔지 아세요? 톰의 라이브는 음원보다 더 끝내준다는 겁니다. 삑사리 한 번 나지 않고 완벽한 라이브를 구사해요. 거기다 리듬은 어찌나 잘 타는지 정체불명의 그루브 춤도 잘 춥니다. 그건 영상으로 잘 찍어 두었어요.



공연을 하며 한 멤버가 플루트와 트럼펫을 불었는데, 지치지도 않는 호흡량에 놀라움을 넘어 감탄을 자아냈어요. 복합적인 예술작품을 듣는 기분이었어요.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이번 내한 공연 때 프렙은 공연이 끝난 뒤 바로 돌아간 게 아니라, 금요일 밤에 공연을 하고, 그다음 주 수요일에 돌아갔는데요. 알찬 한국 스케줄을 병행해준 프렙에게 지금까지도 감사하고 있어요.



제가 평소 좋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나와 라이브 곡들 불러주고, 뜬금없이 경기도 시흥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공연이 끝난 뒤 프렙의 인스타 스토리를 스토커처럼 주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 사진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갯골생태공원'에서 깜짝 버스킹 공연하는 프렙)



바로 스토리 답장을 보냈죠.


여기 혹시 경기도 시흥이냐고...? (내가 아는 그 공원이 맞아??)



그곳은 무려 저희 집에서 30분가량 거리인 엄청나게 가까우며 엄청나게 자주 놀러 갔던 바로 그 공원이었습니다.



못 참고 또 주접 디엠을 보냈죠.



'omg...!!! 버스킹 한 번만 더 해줘!! OOOO공원도 정말 볼 게 많아.' (OOOO공원 : 우리 집 앞 공원)



여하튼 그들이 돌아가는 날 또 장문의 감사 디엠을 보냈습니다. 프렙은 쏟아지는 디엠들에 일일이 답변하지 못하고 감사 피드를 올렸어요.



프렙의 피드와 스토리에 올라온 사진들



공연 도중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프렙 멤버들 모두 감동한 듯한 표정이었는데요, 특히 '최저가 항공'을 부를 때 한국 팬들이 떼창 하고, (저는 살짝 립싱크했습니다. 마스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응원하는 물결이 장관이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그 장면을 찍어갔어요.)



아마 열정적인 한국 팬들을 잊지 못하고 조만간 또 공연하러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까 합리적 예상을 해 봅니다.



너무 얘기가 길어졌는데요, 이렇게 긴 글을 읽는 것보다 PREP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Cheapest Flight, 일명 팬들 사이에서 '최저가 항공'이라고 불리는 이 곡, 프렙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 곡부터 들어보시죠.



이 곡을 들으시고 프렙에 대해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 곡들도 꼭 들어보세요.



On and On (한창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마다 들었던 곡), The Kid (공연에서 라이브를 듣고 나서 더 좋아진 곡), As It Was (원곡은 '해리 스타일스'의 곡인데, 저는 프렙 버전이 더 좋네요), Speaking Silence (위로받는 기분이 드는 곡), Who's Got You Singing Again (처음엔 지나쳤지만 뒤늦게 좋아져서 계속 듣는 곡

이곡 뮤비가 한국을 배경으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Rachel, Don't Bring Me Down, I Can't Answer That, Back to You, Leaning on You, 15th Floor, Speaking Silence 등등 좋은 곡들이 많으니 꼭 한 번씩 다 들어보세요!



프렙의 감각적인 앨범 커버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는 건, 그리고 그들을 곡들을 공연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 더불어 그 뮤지션들과 디엠이라는 창구로 직간접적으로나마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인스타의 몇 안 되는 순기능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단조로운 삶을 활기차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덕질 한 번 같이 해보실래요?



덕세이는 계속됩니다.

(덕질 X 에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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