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루틴에 대한 짧은 반성문

by 손잎의 노래


그동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벽 루틴’을 시도해 보았다.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저녁 9시 글쓰기 루틴을 지키느라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불면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저녁에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그 정도의 강도로 쓸 수 있다면 한 30분 안에 쭉쭉 써내려 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자꾸 미루고 미루다가 10시 넘어서 겨우 시작하다 보면 자정이 훌쩍 넘어가는 게 일상이었다. 겨우 뭔가를 썼다 해도 마치 아주 환하고 다양한 빛깔의 조명이 핑핑 돌아가는 곳에 있는 것처럼, 모든 신경이 깨어나버린다. 결국 전기를 발견해서 밤을 잊어버린 인류처럼 넘어 자정을 훌쩍 넘어 나는, 새벽까지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여러 날이 흐르다 보니 밤이 더욱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글 써야 한다면 부담감과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심장이 두근댔다. 그래서 루틴을 바꾸기로 했다.


‘일찍 자고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글쓰기 루틴’를 결심했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5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자체가 너무 뿌듯했고 뭔가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잠드는 것이었다. 일찍 잠들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힘이 없어,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우선 일찍 자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글 쓰는 일은 뒤로 미루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이제는 몸과 마음에 어떤 부담을 주지 않고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얼마나 쉬운가? 그냥 일찍 자기만 하라니까!


그런데 ‘그냥 일찍 자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저녁 9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물도 한 모금 정도만 마셔둔다. 어려운 책은 보지 않고 가벼운 책 위주로 읽는다. 음악은? … 부드럽고 편안한 걸로 찾아볼까? 하다가 하나둘 씩 검색하고 보고 듣게 된다. 또 뭐 사야 할 것이 생각나서 쿠팡을 뒤적거린다. 뭔가 아까 궁금했던 것이 떠올라서 인터넷 서핑을 하게 된다. 한참 빠져서 미친 듯이 검색하고 구매하고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아, 내가 뭐 한 거지? 운동도 하고 머리도 감아야 하는데 ,,,,할 일이 남아 있었는데 또 ‘미친 짓’을 한 거다. 갑자기 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글도 안 쓰고 일찍 잔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글만 안 쓰고 또 늦게 자게 되다니…. 이 실수, 게으름 투성이 인간을 어찌할까?



그렇게 글만 안 쓰고 늦게 잤다. 오늘은 출근을 조금 늦게 하는 날이고 그래서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이렇게 살짝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규칙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나는 아직 기본에 기본을 닦고 잇는 중이다. 아름다운 새벽을 맞기 위해 많은 불필요한 것들을 단정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의 게으름과 악습관들을 그렇게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람을 새롭게 새우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이 실망스럽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이 가을, 다시 시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약간의 서늘한 느낌이 마음의 옷깃을 다시 세우게 하고 늘어진 마음과 몸을 다잡게 한다. 지글거리는 귀뚜라미 소리도 점점 높아가는 하늘과 구름도,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 한 자락도 모두 나를 응원하는 걸로 하겠다. 다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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