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노Sono Dec 16. 2022

이글루와 함께 춤을(1)

역시 눈은 함박눈이 최고지. 

함박눈. 

바라만 봤을 땐 낭만을 노래하듯 마냥 좋았다.     

뽀얗게 크레마가 올라온 커피 한잔과 따뜻한 빵 한 조각.

그 둘만 있으면 창밖에 내리는 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들으면 감상에 빠질 수가 없다. 덜컥 겁부터 난다.

‘이번엔 또 얼마나 내릴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쏟아져 내렸다.

오늘이 벌써 며칠째인지.

눈을 치우고 뒤돌아서면 다시 발목까지 차오르길 여러 번, 치우길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자동차가 뱅글뱅글 돌고,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자 그대로 길에 버려둔 채로 집에 들어가는 운전자들.

     



어휴! 꼴 보기 싫은 것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쏟아지기 시작한 눈은 1미터가 넘어섰다.

안 되겠다 싶은 이 사고뭉치들을 집 옆으로 몰아붙였다. 

궁지에 몰린 것들은 지들끼리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어선 눈 뭉치들은 터널이 되어버렸다.

이 사고뭉치들이 아이 눈에는 마냥 이쁘게만 보이나 보다.

눈밭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엄마 아빠가 눈 치우는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

그런 아이가 짠하게 보여 아이와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사고뭉치들을 없앨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분주한 하루가 어느덧 저물어 갔다. 꼴 보기 싫은 저 사고뭉치들을 처단하지도 못한 채.     


아침부터 우당탕탕 소리에 나가보니 군인들이 마을을 도우려 왔다.

우리 동네 눈은 절대 우습게 봐선 안 되는 눈이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고중량의 덩어리들이다. 

그 무게로 폭삭 주저앉은 집들이 꽤나 생겨났다. 

행여 우리 집 지붕도 무너질까 두렵던 차에 군복을 입은 슈퍼맨들의 등장은 얼마나 반갑던지. 

고립되면 먹으려 비상식량으로 쟁여놓은 초코파이며 과자 음료수를 군인들에게 나눠줬다.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집 지붕은 해결되었다고 안심하며 그날 밤 잠자리에 편히 들었다. 

잠을 청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드르륵 득득, 우지직 우직 끈”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그 순간이었다. “콰과광 쾅!” 거대한 폭발 소리가 내 양쪽 귀를 사정없이 두드려댔다. 

놀래서 창문을 열어보니 아뿔싸! 우리 집 뒷 켠 작은 창고가 무너졌다.

물을 잔뜩 머금은 축축하고 무거운 눈이 집 지붕에만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옹색하기 짝이 없던 창고는 그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었기에, 기어코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미안하다 창고야! 내 무관심이 너를 저세상으로 보내버렸구나! 흐흐흑”




놀란 가슴은 진정될 리 없었고 밤새 뜬눈으로 뒤척여야만 했다. 

날이 밝자마자, 부스스한 채로 밖에 나와 무너진 창고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옆집 동네 어른이 지나가면서 폭삭 주저앉은 우리 창고를 향해 한 말씀 던진다.

“어젯밤 저거였어? 저거 무너진 소리였어? 그래 내 결국 무너질 줄 알았다니까!”

“…….”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정말 그 말씀이 전부 인 가요? 

어이쿠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내가 그 소리 들으려고 춥디 추운 이른 새벽부터 여기 서 있었단 말인가? 

서운했다. 옆집 아저씨도 그랬고 뭔 대수라고 아무 일 아닌 듯 지나쳐버리는 동네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서운했다. 시골인심이고 뭐고 개나 주라 그래라!

대단한 말 아니어도, 어디 다친데 없냐고 물어봐주는 것이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눈에 파묻힌 차를 꺼내 보겠다고, 남편은 눈을 파헤치며 한참을 씨름하였다. 

그때 하얀 눈밭에 선홍빛 꽃이 피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작가의 이전글 까망 공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