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 Petite Histoire
우리 집에서 교회에 가는 길에 작은 카페가 있어. 앉는 자리가 5개 있고, 아르바이트 생도 없이 주인 분이 혼자 일해.
그런데 이 카페는 꽤 독특한 곳이야. 우선 주인 분이 책에 관심이 많아. 지금 내가 카카오톡의 배경 사진으로 찍어놓은 문구, “지금 NEWYORK은 바람이 불고 추워요. 그러나 봄이여요.” 도 여기 진열된 책을 꺼내어 읽다가 찍었던 거야. 이 곳의 책들은 조그만 한국 시인 전집이 100권 정도 (나의 느낌이지만) 있고 그밖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여행집, 노벨상을 탄 작가들이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쓴 문학 도서들, 그리고 그 사이 곳곳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나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같은 사회과학 도서들이 섞여 있어.
세월호가 침몰하고 나서는, 몇 해 동안 노란 리본이 카페 문에 붙여 있기도 했고 가끔은 “날이 좋아 바다 보러 가요.” 하는 문구를 남기고는 갑자기 문을 닫기도 해. 어느 날 회사를 가는 출근길에는 익숙하게 생긴 사람이 택시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휘척 휘척 건너가는 걸 보고 누구였지 했는데 이 카페의 주인이더라고.
우리가 2월에 같이 갔던 카페 인동 기억해? 우리가 갔을 땐 없었던, 그곳의 주인아저씨 ‘박인동’씨는 나랑 우리 엄마를 다 기억하고, 오면 늘 오랜만이라며 아는 체를 하고 가끔은 바나나 케이크 같은 걸 서비스로 주기도 했어. 그런데 이 곳의 주인 분은 거기보다 더 자주 가는 것 같은데도 한 번도 안부 인사 같은 걸 나누어 본 적이 없어. 늘 조용하고, 조금은 힘이 없고 상당히 자유로운 사람이야.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른 거 있지. 빈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들어온 나를 보고 인사를 했는데, 눈과 입에 웃고 있던 흔적이 가득한 거 있잖아. 친구가 찍어준 사진에서 핸드폰을 보면서 네가 자연스레 웃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카페에서 “ La Vie en Rose”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노래를 꽤 큰 목소리로 따라서 흥얼거리는 거야. 잘 알려진 후렴구가 있는 노래도 아닌데 가사를 잘 알고 있어서 그것도 신기했어.
마지막으로 자리에 가져다준 따뜻한 카페라테 잔이 꽃과 새가 그려진 하얀색 카푸치노 잔에서 카카오 프렌즈의 라이언이 그려진 머그컵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고 생각했어. 아마도 이 사람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