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OS Mar 04. 2024

[레겐보겐북스]살아있는 세계에 더 깊이 연결되기

-플라스틱에 희생되고 있는 바다 생물을 보며 우리를 들여다보기


<환경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 ALBATROSS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오늘날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자연을 파괴할 만치 치명적인 힘을 손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입니다.”

-레이첼 카슨-



# 플라스틱 이야기, <알바트로스>


그동안 대량소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해 온 크리스 조던 감독은 2009년 알바트로스 제작팀과 함께 대륙에서 2000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미드웨이의 군도로 들어갔다. 망망대해의 이 섬에는 알바트로스의 천적이 없었다. 이곳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낳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알바트로스 부모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에 최소 10,000 마일을 날아갔다. 그런데 먹이를 구하러 새들이 날아간 사이 섬에는 아기 알바트로스 수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플라스틱 조각을 삼키고 죽은 알바트로스의 모습(사진:크리스 조던)


알바트로스 제작팀은 새끼 알바트로스에게 먹이는 장면을 촬영하는 도중 경악할 만한 사진을 찍게 된다. 부모 새가 부리로 새끼에게 먹이는 것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먹이인 줄 알고 바다에서 가져온 플라스틱을 새끼 새들이 섭취하여 위장에 계속 상처가 생겼고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이다. 죽은 알바트로스의 배에서 나온 건 플라스틱 라이터, 병뚜껑, 칫솔 등 다양한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이를 찍은 사진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인류의 대량 소비주의가 낳은 환경의 파괴와 그로 인한 생물의 멸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알바트로스와 플라스틱이라는 환경의 비극을 찍으면서 감독은 “섬뜩한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했다. 알바트로스 제작팀은 섬을 떠났고 영화를 위한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섬에서 본 수천 마리 새의 죽음을 보여주려는 감독은 “내 끔찍한 이야기가 전해질 때까지, 내 안의 심장은 불타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나는 일련의 사진을 찍고 섬에 작별 인사를 했다. 내 프로젝트는 끝났고 다시는 미드웨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나는 내가 몇 번이고 여기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 몰랐고, 이곳에서의 나의 경험이 내가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이 여행의 안내자가 인간이 아닌 존재, 우리가 알바트로스라고 부르는 전설적인 바닷새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크리스 조던


알바트로스의 생명력 가득한 모습(사진:크리스 조던)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전달하려던 감독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알바트로스 팀이 4년 동안 모두 8번의 미드웨이의 알바트로스를 촬영하면서 새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었다고 전한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구애를 하며 내는 새소리의 울림과 춤, 비와 바람을 맞으며 태어난 새끼들과 이를 지키는 부모들, 이러한 신비로운 생명체들과의 교감이 일어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진 알바트로스가 첫 비행에 나서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새를 관찰하고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죽어가는 새를 지켜봐야 하는 아픔도 커졌다.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과 아기 새를 부여잡고 감독은 결국 오열하고 만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와 변화를 감독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것은 관객들을 미드웨이 섬으로 초대해 신비로운 장면과 비극적인 장면을 모두 목격하는 증인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알바트로스 영화의 의도였다. 


“이 영화는 슬픔의 의식입니다. 내 의도는 관객이 살아있는 존재와 ...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후 편집 작업에서 크리스 조던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틀을 깨버렸다. 일반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사건의 현장, 인터뷰, 그리고 문제의 분석이나 해결방안 등에 대한 조사나 정보가 이 영화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알바트로스와 플라스틱이 담긴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또한 크리스 조던 감독은 자극이나 충격을 담은 영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미드웨이에서 일어난 알바트로스의 비극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영상을 해체했고 촬영한 필름으로 처음부터 다시 편집을 시작했다. 결국 영화는 사랑의 이야기로 바뀌었고 다음과 같은 타이틀을 올렸다.


알바트로스, “태평양의 중심으로부터 온 우리 시대를 위한 사랑 이야기”

(ALBATROSS, “A LOVE STORY FOR OUR TIME FROM HEART OF THE PACIFIC”)



# 이 글은 <그 많던 플라스틱은 어디로 갔을까-플라스틱 프리를 향하여>, 소노스(SONOS), 레겐보겐북스의 일부분입니다.


#<그 많던 플라스틱은 어디로 갔을까-플라스틱 프리를 향하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4492968


작가의 이전글 [레겐보겐북스]자동차가 불편한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