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그린워싱은 기후 살인자
오늘날 기업들은 앞다투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들이 지금 당장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부르짖을 때마다 기업의 이미지는 높아만 간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 실천!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그린 워싱: 기후 살인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업이 나선다면 탄소중립과 기후 온난화방지, 플라스틱 문제 등과 재생 에너지, 지속 가능한 경영 등 많은 부분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기후보호 프로젝트와는 반대로 움직이거나 친환경으로 위장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프랑스의 석유 기업 토탈 에너지와 네스프레소에 대해 살펴본다. 대표적으로 두 기업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탄소 중립을 외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의 그린워싱이었다. 토탈 에너지가 석유 시추 국가에서 자행하는 인권 침해와 착취, 나무심기를 통한 네스프레소의 탄소상쇄의 현실, 과연 사실일까. 감독과 촬영팀이 그 현장을 찾아간다.
토탈 에너지 기업은 수익의 92%를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다. 2030년에는 탄화수소가 매출액의 80%를 차지할 것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다국적 기업의 신규 석유 탐사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가 2050년을 향해 만든 탄소 제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개발 목적으로 승인된 기존 사업 이외의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토탈 에너지는 이를 무시하고 우간다에서 초대형 석유 탐사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환경단체와 환경 인권단체는 이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토탈 에너지의 회장인 파트릭 후야네(Patrick Pouyanné)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지인들에게 큰 보상과 일자리와 인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기업이 발표한 내용과 현실의 차이를 파헤치기 위해 감독 끌레어 태송은 관광객 행세를 하며 우간다로 떠난다.
우간다에서 진행하는 Tilenga와 EACOP 프로젝트는 토탈 에너지와 중국의 합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앨버트 호수 근처에만 400개의 유정을 갖고 있다. 그 중 140개가 국립공원 안에 있다. 하루에 추출되는 200만 배럴은 1445km를 따라 항구로 옮겨지는데, 매년 3,4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13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한 양과 같다. 우간다에서는 이 석유 시추 사업으로 10만 명의 주민이 집을 잃은 상태다. 그 실태를 낱낱이 알아보기 위해 카메라를 따라가 보자.
감독은 먼저 마사카 지역에 사는 주민 로베르 씨를 찾아간다. 그는 모래 채굴 사업을 하여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데 석유 시추사업이 진행되자 송유관이 지나가게 되어 모래 채굴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에게 제시된 보상금은 고작 100일 동안 일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또 주민 존 보스코 씨가 살고 있는 기타코마 마을은 석유 시추사업으로 수원지를 뺏겼다. 주민 3,000명이 먹고 빨래하고 사용되는 수원지는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우간다는 이 석유 사업으로 66,863명의 주민(55.4%)이 토탈로부터 보상금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포함 안 된 주민들이 많다. 그들은 집이나 토지가 없는 사람들로 이처럼 오히려 생활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토탈 에너지에서는 석유 사업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더 윤택해졌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주디스라는 여성은 기업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으로 양봉 사업을 시작하여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며 홍보영상에 자주 등장했다. 과연 그럴까.
토탈 에너지의 석유 사업에 의문을 가진 유럽 의회의 피에르 씨도 우간다를 직접 방문했는데, 그와 의원들이 주디스라는 여성을 만나러 갔을 때는 양봉하는 꿀벌 통이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시내 곳곳에서는 석유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잡혀가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감독은 토탈 에너지가 석유 사업의 혜택이라고 발표하는 내용과 우간다에서 행해지는 착취와 침해라는 현실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우간다 내에서 석유 사업에 반대 시위를 했던 시민단체의 대표를 만났다. 당국의 눈을 피해 은신처에 있는 그를 여러 경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시민단체의 대표였던 그는 석유 사업으로 자신의 땅을 빼앗긴 농부들을 대변하다가 감옥에 갇히고 단체를 강제 폐쇄 당했다. 어렵게 만난 시민단체의 대표는 감옥에 끌려가 9개월 동안 갇혀 있었고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몸이 망가진 상태였다. 지금도 당국의 감시 대상 중에 있었다.
토탈 에너지의 석유 사업 계획은 국제과학계에서 심각하게 회의적인 상태라고 비판받고 있다.
한 광고에서 네스프레소 회장이 등장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2020년 당신이 마실 한 잔의 네스프레소는 세계 어디에서나 탄소 중립일 것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많은 상품에 탄소중립이라는 마크가 붙어 있다. 이렇게나 많은 제품들이 탄소 중립을 지키고 있다니 참 바람직하다. 이때 탄소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각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는데 배출된 탄소만큼 나무 심기를 통해 상쇄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경제학자는 이것이 완전한 ‘착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감독의 카메라를 따라가 보자.
네스프레소의 캡슐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그리고 매년 100억 개가 넘는 캡슐이 양산되고 있는데 어떻게 지구온난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일까?
네스프레소 기업의 공식 문서에는 제품 생산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5%는 캡슐의 재활용으로 상쇄하고, 나머지 95%는 나무 심기로 탄소를 상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탄소 상쇄에 대해 전문가인 환경 경제학자 알랭 카르센티(Alain Karsenty)를 찾아갔다. 그는 이 방법이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화이지만 “완전한 착각”이라고 얘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탄소 상쇄는 생태학적으로 잘못된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이다.
-1. “예를 들어 대서양 횡단 비행을 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그 대부분은 수백 년간 대기 중에 그대로 있어요. 이 배출량을 상쇄하려면 나무를 심어서 저장한다는 탄소가 그 나무에 수백 수천 년간 계속 저장돼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할 정도로 그 나무가 오래 살아서 이산화탄소를 계속 저장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거죠.”
-2. “지구상의 특정 지역에 나무를 심을 텐데 얼마 안 가 한계에 이르게 될 거예요. 땅이 없기도 하고 농지와의 경쟁도 있죠.”
-3. “가장 안 좋은 점인데 소비자로 하여금 좋은 일을 했다고 느끼게 만들어요. 말하자면 속죄나 비슷하죠. 나무를 심는 걸로 탄소 죄(Carbon sins)를 갚는 거예요.”
기업의 탄소 상쇄를 위한 나무 심기 사업은 이미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었고 번창하고 있었다. 그 가치는 거의 10억 유로에 해당이 된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그 중 가장 번창하고 있는 기업 퓌르 포르제(PUR Projet)를 살펴보았다. 이산화탄소를 대거 배출하는 네스프레소는 다른 기업들처럼 자사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여 이를 줄이기 위해 탄소 상쇄라는 것을 한다. 이때 이용하는 제 3자가 퓌르 포르제다. 퓌르 포르제가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 하나하나가 탄소를 흡수한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1톤을 격리하면 해당 기업에게 탄소 배출권 하나를 부여한다. 퓌르 포르제가 이 탄소 배출권을 네스프레소에게 팔면 네스프레소는 탄소 발자국 1톤을 지울 수 있게 된다. 네스프레소는 이런 식으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자신들이 배출한 탄소 발자국의 95%를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무심기도 아무 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발자국에 푸른색을 더할 수 있도록 아마존에 심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탄소상쇄를 위해 페루에 재정을 지원하는 “Jubilacion Segura”**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의하면 “농가들이 지구온난화에 참여하여 나무심기를 하고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꿈 같은 이야기이다. 과연 그 실상은 어떨까. 이번에 촬영팀은 페루로 날아간다.
실제로 라마스를 방문해 보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무실 같은 것도 없고 오로 베르데 협동조합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협동조합에서는 커피, 코코아 농가의 1,200명이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담당자인 훌리오 세사르 가르시아는 직접 모종을 길러 농가들에게 나누어 주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어 촬영팀은 나무를 심은 현장과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하지만 현장은 사실과 달랐다. 나무 심기를 위한 묘목은 동남아시아에 주로 자라는 티크라는 나무였는데, 이 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가 넓게 자라서 주위에 큰 그늘을 드리웠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주위의 코코아 재배를 위해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의 가지를 잘라냈다. 그중에는 수십 그루를 제거해서 울타리도 만들고 땔감으로도 써 버렸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협동조합에서는 제지를 하지 않느냐, 모자란 나무에 대해 신고했느냐고 묻자, 나무를 심은 뒤로 협동조합은 한 번도 농가에 방문한 적이 없었고 서로 연락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공식 문서를 보면 퓌르 포르제는 2015년에서 2019년 기간에 네스프레소의 탄소 배출권 23,768개를 보증했다. 하지만 나무가 베어지거나 관리가 안 되어 잘 자라지 않는 사실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서 관리를 책임지는 인증기관이 있는데 베라 업체이다. 제 3인증기관인 베라(Verra)를 통해 관리되는 내용을 퓌르 포르제의 공식 안내책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5년마다 인증기관이 조림지의 10% ~ 15%를 점검한다.
- 퓌르 포르제는 탄소 배출권을 모두 팔지 않고 20% ~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나무를 위한 생명보험이다.
이 공식 문서가 사실인지 조사해 보았다. 탄소 배출권 비축량이 20% ~ 30%라고 했지만, 사실은 10%에 불과했다. 또한 유력 기관의 2015년 감사 실시 내용을 보니, 2416곳의 조림지 중 단 14곳만 방문했다. 이것은 전체 조림지의 0.57%에 해당된다. 2019년에도 인증기관이 방문했는데 이때는 3810곳 중 단 0.23%만 방문한 기록이 나왔다. 즉 인증기관이 조림지의 10에서 15%를 점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다시 환경 경제학자 알랭 카르센티를 만나 자문을 받아 보았다. 그도 실제 현장에서 나무를 심는 농가나 농부가 전체 관리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현장과 실제문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탄소 상쇄의 현장은 현실과 구도 설계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경제학자는 인증기관인 베라는 탄소 배출권 하나당 10에서 15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데, 탄소 배출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수익을 올리므로, 이러한 현실을 당연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를 가꿀 때에는 위험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한다. 기후도 급변하고, 산불이 날 수도 있고, 토양에 맞지 않는 나무를 심을 경우 생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소는 갈수록 높아가지만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네스프레소, 베라, 퓌르 포르제는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유엔이 개발한 방법론, 즉 탄소 배출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라고만 전했다.
그럼 다시 기업인들이 기후위기를 지금, 당장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기후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기후 온난화 문제, 플라스틱과 재활용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의 실천을 말한다. 또한 글로벌 사업으로 저개발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와 신 식민주의 약탈이 과연 지원사업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한다는 뜻이다.
우간다의 군부 세력과 기업의 결탁, 거짓 문서와 광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할 것인가? 그리고 네스프레소가 재활용 29%에 그친다는 통계자료는 문서화되어 있는데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기업이 수익과 이미지가 올라갈 때마다 인류와 지구가 희생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워싱은 이 영화의 제목처럼 기후 살인자이며 인류와 생물 다양성을 침해하는 파괴자이다.
- 글 : 소노스(SONOS)
■각주 :
** “Jubilacion Segura” 프로젝트 :
PUR 재단이 운영하는 주빌라시온 세구라 프로젝트는 농임업을 시행하여 소규모 농업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 나무와 숲으로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https://www.pur.co/project/jubilacion-segura-peru/
■ 출처 및 참고자료 :
** 인증기관 베라
https://verra.org/about/overview/
**영화 이후 :
*토탈에너지는 토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새로운 석유시추 사업을 발표했다. 그리고 우간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4개의 시민단체에 의해 소송이 걸렸고 프랑스에서 기후소송으로 재판이 열렸습니다 :
** 영화를 본 후 토탈 에너지 기업의 Tilenga와 EACOP 프로젝트 사이트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기업이 얼마나 기후살인과 인권침해, 자원 착취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https://totalenergies.com/projects/oil/tilenga-and-eacop-projects-acting-transpare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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