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변태의 정체

의식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욕구

by 손서율


"대체 왜 만나지도 않으면서 카톡을 하는 거야!"

어느 날 친구 S가 나에게 하소연했다.


S에게는 만년 썸남(?)이 있었는데 몇 년 동안 꾸준하고 집요하게 자신이 먼저 카톡을 하면서도 정작 만나자고 하면 절대 만나 주지 않는 이상한 놈이었다.


"오늘따라 너가 생각나서 연락해"

그는 다정한 연인의 말투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인증샷을 보내며 먼저 연락을 해왔는데


"우리 언제 봐?" 라고 묻는 S의 말을 교묘히 피해 가거나 약속을 잡아도 당일에 파토 내기 일수였다.


우리는 그를 카톡 변태라고 불렀다.




친구 S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카톡 변태가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카톡 변태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다른 친구 J가 또 다른 카톡 변태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나의 연구욕은 다시금 불타올랐고


5년 만에 나는 카톡 변태의 정체를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고 즐기며, 그것들로부터 본인의 나르시시즘을 채우는 변질된 욕망의 "감정먹튀" 라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일부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런 괴상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감정먹튀는 성욕이 오히려 순수해 보일 정도로 한층 더 복잡하고 뒤틀린 인간의 욕구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하지만 이건 학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관점이고 심리학에서 다루는 인간의 욕구는 훨씬 더 복합적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계층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중요도에 따라 낮은 수준의 욕구에서 높은 수준의 욕구로 피라미드 모양의 계층을 이룬다는 이론인데 총 6개의 계층으로 나누고 있다.



※ 욕구계층이론의 6개의 계층


* 생리적 욕구 : 산소, 음식, 수면, 의복 주거 등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욕구


* 안전 욕구 : 신체의 위험과 생리적 욕구의 박탈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욕구


*소속감 및 애정욕구 :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 존중 욕구 : 내적 외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지위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욕구


* 자아실현 욕구 : 자기발전을 위하여 잠재력을 극대화, 자기의 완성을 바라는 욕구


* 자아초월 욕구 :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타적인 욕구





카톡 변태는 "존중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상대에게 몇 년 동안 꾸준하게 가짜 애정을 담은 카톡을 보냈다.


나를 좋아하는 상대방의 호의적인 반응을 지켜보는 행위는 그의 나르시시즘을 채워줬을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동물이기에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건 꽤나 고된 일이다.


영앤리치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겸비한 연예인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뉴스를 보면 모든 걸 가진 그들도 더 높은 수준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집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밖에서 노숙하는 사람은 없듯이


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괴로워하고 우울해하면서 따뜻한 집에서 지내고 삼시 세끼 원하는 걸 먹으며 갈아입을 옷도 옷장에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


이렇게 충만한 재화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가 우울했던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욕구들로 괴로웠던 거였다.


인간의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인간의 삶을 짐승의 삶과 빗대어 자주 말씀하시는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이 떠올랐다.



법륜스님

다람쥐는 무슨 목표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합니까?


질문자

도토리를 매일 모으는 목표로..


법륜스님

다람쥐한테 물어봐요, 그런 목표가 있는지..

토끼는 무슨 목표를 갖고 살까? 원래 인생에는 그런 뚜렷한 목표라는 게 없습니다. 밥 먹고 사는 거지! 밥 먹고살면서 여유가 있으면 좋은 일 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인생을 너무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인생이 짐승의 생만도 못한 거예요 얼마나 사람의 삶이 하찮으면 날아가는 새를 보고 부러워하고 산에 있는 짐승을 부러워한다.. 이는 인생이 고달프다는 얘기입니다.


사람은 가볍게 살아야 합니다.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한테 보시도 하고 봉사도 하고 이렇게 살아가면 저절로 내 재능을 어디에 쓸 거냐는 목표가 돈 번다 공부한다 이런 개념이 아닌 쪽으로 생겨납니다.




사람은 가볍게 살아야 한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은


너무 복잡한 존재로 태어나 괴로운 인간들에게 가장 필요한 즉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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