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 유튜버를 보며 든 생각
오늘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어떤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현직 화류계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 유튜버였다. 그녀는 화류계에서 15년 차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영상에서 얼굴을 공개하여 화제가 된 것 같았다.
주된 콘텐츠는 자신이 화류계에서 성장(?) 할 수 있었던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노력'과 '발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흡사 화류계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멘토 같았다.
아무리 직업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명백히 위험한 콘텐츠였다. 아직 미성숙한 미성년자들이 접하게 되면 마치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직업 중 한 분야인 걸로 혼동이 올 정도였다.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는 궤변이었지만 마침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던 참이라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마음먹고 인터뷰 영상 몇 개를 더 보았다.
그녀는 유독 '돈'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반짝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돈!"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예요"
"제가 얼굴과 직업을 공개하니 화제가 되면서 더 돈이 되더라고요"
"돈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벌기 위해서 화류계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무엇이 그녀에게 돈에 대한 갈망을 주었을까? 성희롱과 성추행이 난무하는 거친 근무 환경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권을 15년이나 바쳐가며 '돈'의 가치를 더 높게 메겼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대단한데 쓴 것도 아니다. 대부분 명품을 사거나 호빠를 간다고 했다. 정말 일시적인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그녀는 매일 같이 본인의 인권을 팔아 돈을 벌어 메꿨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나보다 훨씬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성과금을 쪼개서 가끔 명품을 사거나 잘생긴 남자들을 보면 자동 미소가 나오는 그녀와 같은 30대 여자지만 명품과 남자로만 인생을 채우기엔 너무나 지루하고 소박한 인생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 외에 내가 따로 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하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경험도 쌓아야 하고, 재테크도 배워야 하며, 사회적인 위치도 올려야 하고, 그 와중에 내 인권도 챙기면서 품위도 지켜야 한다.
그녀가 자신의 전부이고 가장 좋아한다는 '돈'은 나에겐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한낱 수단일 뿐이다.
그녀의 그 어긋난 순수함이 참 딱하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그런 심플한 즐거움으로 만족하는 삶이 본인은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상 속 그녀는 본인의 직업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잘 맞고 지금은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웃는 그 미소는 나에게도 진심으로 보였다.
인생의 최종 목적은 개인의 행복이고 그 행복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