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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영혼을 만나는 공간

무의식이 원하는 해답을 찾아서

by 손서율


이유 없이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 나는 서점으로 향한다.


"삶의 계시를 얻기 위해서다."


서점을 가면 좋은 점은 나도 몰랐던 내 무의식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곳은 모든 벽면 전체가 수많은 저자들의 메시지들로 도배되어 있는 공간이다.


마음을 비우고 눈이 가는 대로 책들을 살피다. 무심결에 집게 되는 책의 제목은 내 무의식이 현재 원하는 답의 헤드라인이다.


나는 서점을 한 번 가면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 독서량이 많아서가 절대 아니다. 그 시간의 절반은 지금 내 무의식이 애타게 찾고 있는 정답에 대한 메시지를 건네주는 책을 색출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래 있을 거니까 서점 안에 책 반입이 가능한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서점에 들어오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수많은 책들이 모여 뿜어내는 특유의 종이 냄새는 숲의 냄새와 비슷해서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 종이가 나무의 성질이라 그런 것 같다.


IMG_6748.jpg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숲 속을 산책하듯 천천히 서점을 둘러본다. 그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네다섯 권 집어와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는다. 특별한 규칙 없이,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와도 그날 집어 오는 주제들은 서로 비슷하다.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들을 집는 날, 저축과 재테크의 기술을 알려주는 경제책들을 집는 날,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들을 집는 날,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책들을 집는 날


그 주제들의 알고리즘만 보아도 날 서점까지 끌고 온 이유 없는 공허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주제에 맞춰 마음에 드는 책들을 모아 왔으니 나의 무의식 속 내면 아이가 원하는 영혼의 책을 색출하는 작업이 남았다.


책 다섯 권을 대충 빠르게 훑어본다. 다섯 명의 저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간단히 듣는 작업이다. 그중에서 나와 영혼의 코드가 맞는 저자가 있을 때 비로소 첫 장부터 차근차근 독서를 시작한다. 없다면 다시 일어나서 다른 책을 찾아오면 된다.


IMG_6749.jpg 무심결에 집게 되는 책의 제목은 내 무의식이 현재 원하는 답의 헤드라인이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지금 내가 절실히 필요한 메시지를 건네주는 책만 읽는다. 단 한 권의 책으로 계시를 얻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경험 이후로 지금의 독서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나는 남들보다 독서량이 많지 않다.

일주일에 책 한 권씩을 목표로 삼고 독서하는 사람, 취향에 맞지 않아도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독서를 시도하는 사람, 하나의 책을 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같이 많은 사람들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부지런히 독서한다.


물론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목표로 삼고 견문을 넓히면 참 좋겠지만 나는 독서를 평생 동안 영혼을 힐링할 수 있는 즐거움의 행위로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서점이라는 그 공간만큼은 목표의 공간보다는 나의 영혼과 만나는 숲과 같은 공간으로 남겨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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