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더 영화처럼 만났다.
나는 그 유명한 영화 접속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빠와의 첫 만남은 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몇 번 문자만 오가던 사이였지만 사진을 찍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디에서 만날지 시간까지 맞춰 약속을 잡는 그 과정이 괜히 두근거렸다.
오빠가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데리러 오기로 했고, 나는 괜히 긴장돼서 평소보다 세 배는 더 공들여 꾸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첫 만남인데 내가 너무 들뜬 티가 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스쳐서 혼자 헛기침까지 했다. 문이 열리자 어떤 아줌마가 먼저 내렸다. 나는 그 뒤를 살짝 어색하게 따라 나왔다. 그런데 기둥 옆에서 체크남방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은, 사진 속 그 사람이 고개를 들고 나를 향해 수줍게 웃었다.
그 순간 ‘아, 이 사람 참 착하다’라는 느낌이 번개처럼 왔다. 아직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었다. 오빠는 매너 있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솔직히 나는 그 부분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첫 만남부터 차 문을 열어주는 남자를 영화에서는 봤지만 현실에서는 처음이었다. 나중에야 들었지만, 아버님이 늘 어머님 차 문을 열어주셨고 오빠는 그 모습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배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가슴 한쪽이 말랑해졌다.
차를 타고 근처 영화관으로 가는데 빗방울이 한두 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차 후 내리자 나는 손으로 비를 가리는 척하며 살짝 우아한 자세로 뛰어갔다. 사실 비를 피한 것도 있지만, 첫 만남이라 괜히 더 ‘예쁘게 뛰어야 한다’는 이상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데 오빠는 그런 나를 보더니 본인 손까지 내밀며 내가 덜 맞게 하려는 듯 허둥지둥 뛰어왔다. 정작 비는 본인이 더 많이 맞고 있었는데도. 그 모습이 참 묘했다. 조금 귀엽고, 조금 웃기고, 이상하게 마음이 더 열리는 장면이었다.
영화 시작 전 점심을 먹기 위해 극장 아래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별 고민 없이 들어갔는데 오빠가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두 개 주문했다. 나는 속으로 ‘아보카도… 샌드위치… 둘 다 별로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첫 만남에 “저 그거 싫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며 조용히 쪼아 먹었다. 문제는 아보카도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입을 크게 벌려야 했다는 것. 나는 작은 새처럼 조금씩 잘라먹었고, 오빠는 세상 행복한 얼굴로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편해졌다.
영화까지 보고 헤어졌는데, 이상하게도 아쉬움이 오래 남았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자리 잡았다. 첫 만남이 이렇게 어설프고 풋풋했는데도 기분 좋은 건 사람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날 떨어지던 빗방울 때문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도 참 참한 ‘첫 만남의 날씨’였다.
뒤돌아보면, 그날의 작은 오해들과 어설픈 설렘들이
우리 둘을 천천히 연결해 준 ‘진짜 접속’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늘 오빠에게로 접속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