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뒤에서 당신이 나타났다.(남편시점)

우리의 첫 만남

by 손샤인

솔직히 말하면 그날, 나는 만나기 10분 전부터 이미 심장이 반쯤 나가 있었다.

문자로만 나누던 대화는 늘 괜찮았지만, ‘현실의 나’가 사진보다 못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최대한 인간적으로 단정해 보이고 싶었다. 체크남방은 다려 입고, 베이지색 바지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성실해 보이는 바지’를 골랐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아줌마가 먼저 내렸다. 그 순간 심장이 툭 내려앉았다.

‘어… 이분이… 은영 씨인가? 사진이랑 너무 다른데…?’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로, 그냥 조용히 차를 돌려 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 나 오늘 큰일 났다…’ 하면서. 그런데 그 아줌마 뒤에서 당신이 걸어 나왔다.

사진보다 훨씬 예쁘고, 훨씬 분위기 있는 사람.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동시에 머릿속은 완전히 오류 상태가 되었다. CPU가 과열된 컴퓨터처럼 ‘아…네…’만 반복하며 기둥 옆에서 수줍게 서 있던 게 전부였다. 차 문을 열어주자 당신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또 속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아… 내가 너무 앞서 갔나? 괜히 오버했나? 근데 아버지가 늘 어머니 차 문 열어주시는 걸 보고 배운 건데…’


겉으로는 조용히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온갖 생각이 난리였다. 영화관에 도착했을 땐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손으로 비를 살짝 가리며 예쁘게 뛰어갔고, 나는 본능적으로 당신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뭐라도 덜 맞게 해주고 싶어서..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오늘 내가 더 여자 사람 같네.’


근데 참 이상하게도, 그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의 당신 모습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는 긴장해서 그랬는지, 왜 하필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두 개나 시켰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당신이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꿈에도 몰랐고, 나는 그냥 좋은 거니까 같이 먹자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그걸 조용히, 정말 얌전하게, 마치 맛있는 음식인 듯 섬세하게 먹었다.

나는 또 혼자 감동했다.

‘와… 나 배려해 주는 사람이구나…’


지금 생각하면 그냥 첫 만남이라 조용히 넘어간 것뿐이었을 텐데, 그땐 그 조심스러움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헤어질 때쯤, 나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또 만나고 싶다. 진심으로.’

하지만 말은 끝내하지 못했다. 그게 내 한계였다.

대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전대 잡은 손끝에 이상한 미소가 둥둥 떠 있었다.

“그 아줌마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혼자 웃었다.

돌아보면, 그날의 모든 순간에 당신이 있었다.

허둥대는 나를 웃게 하고, 작은 배려가 큰 설렘이 되게 하고, 빗속에서 뛰는 한 장면조차 영화처럼 만들어버린 사람.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줄곧 당신에게로 향하는 길 위에 있었다.


이전 02화영화 ‘접속’은 보지 못했지만…(아내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