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가르쳐준 마음의 거리
내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 하나.
솔직히 말하면, 그때 좀 충격이었다.
오빠는 평생 강아지 산책을 한 번도 시킨 적이 없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소통 같은 건 시도해 본 적도 없었다. 병원이나 미용실은 더더욱…
‘주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그저 누가 줘서, 그래서 키우고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런 오빠에게 8살 몰티즈, 핫쮸가 있었다.
처음 핫쮸를 보았을 때 나는 솔직히 당황했다.
오빠 말로는 ‘별로 안 좋아한다’ 던 그 강아지가
오빠가 가위로 드문드문 잘라준 듯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었고, 세상에… 나를 엄청 잘 따르는 것이었다.
“아니, 오빠. 강아지 싫다며? 근데 왜 이렇게 서로 정들었어?” 말은 못 하지만
핫쮸는 분명 오빠만 믿고 그 세월을 버텨온 얼굴이었다 그게 이상하게 마음을 찌르듯 아팠다.
그래서 나는 본능처럼 움직였다.
작은 옷을 만들어 입히고, 간식도 챙겨주고,
미용실 예약도 하고, 사랑이란 사랑은 다 부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핫쮸의 입을 보다가 또 한 번 숨이 멎었다. 치아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아팠을 시간들이 한꺼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병원으로 데려갔다. 치석 제거, 문제 있는 치아 발치, 그리고 미용실에서 예쁘게 다시 태어난 핫쮸.
그렇게 핫쮸는 새 삶을 찾았다.
(물론 비용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다 감당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우리 집 강아지 캉스와 핫쮸의 첫 애견 데이트가 열렸다. 세상 모든 존재를 좋아하는 캉스는 꼬리를 무선 진동 모드로 흔들며 반갑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꽉.
헉.
내가 치료해 준 그 이빨로 우리 캉스를 물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이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병원까지 데리고 가서 치아 치료해 주고, 비싼 미용까지 시켜주고, 그렇게 정성 들여 다시 살려놨더니…
그 입으로 우리 애를???
순간, 이건 동물판 막장 드라마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됐다.
그건 핫쮸의 언어였다.
강아지 세계에서는 인사 대신 “거기까지”라고 말하는 방식. 핫쮸는 8년 동안 말 못 하고 살아온 고독의 체온을 가진 아이였고, 캉스는 그걸 전혀 모르는 순진한 영혼이었다.
그날 이후 오빠와 두 강아지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사람과 강아지의 관계도,
강아지와 강아지의 관계도,
모두 각자의 서사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는 걸.
핫쮸는 내가 오기 전까지
오빠라는 작은 세계를 유일하게 믿고 견뎌온 생명이었고, 캉스는 사랑받으며 자라 세상 모든 존재를 친구로 여기는 아이였다.
둘은 다르지만, 둘 다 소중했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사람이 뜻밖에도 ‘강아지 별로 안 좋아한다’ 던 오빠라는 사실이 가끔은 귀엽고, 가끔은 의외고, 가끔은 참 웃기다.
나는 그 사이에서
때로는 중재자,
때로는 엄마,
때로는 간호사,
때로는 스타일리스트로 살아간다. 두 아이와 한 남자 사이에서.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강아지는 모르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다는 걸.
누가 자기를 진짜 사랑하는지,
누가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는지,
누가 자신의 작은 세계를 지켜준 사람인지.
핫쮸도, 캉스도,
그리고 오빠도..
그걸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