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녀와 캉스 사이에서..(남편시점)

강아지 때문에 질투했다는 고백

by 손샤인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녀처럼 ‘정성껏’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다. 산책도 가끔 빼먹고, 밥을 챙겨줘도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넘기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녀가 캉스를 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솔직히 놀랐다. 눈빛이 다르고, 말투가 다르고, 간식 하나를 줄 때도 이유가 있었다. ‘아… 내가 많이 대충 키웠구나.’ 그날은 스스로 조금 반성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녀가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좋으면서도… 살짝 불편했다. 둘만의 데이트에 꼭 끼어드는 제3의 존재 같아서.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데, 캉스는 산책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그러다 못 참고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둘이 있을 때는 엄마 따라다니지 말라 그래.”

말 끝나자마자 캉스가 바로 ‘왈!’ 하고 짖었다.

아… 들켰다. 내가 질투했다는 걸.


애견샵에 갔던 날도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녀와 걸으면서 내가 먼저 말했다.

“캉스 방석 하나 사줄까?”

내가 생각해도 조금 멋있는 한마디였다. 그런데 그녀는 주저도 없이 가장 고급지고 가장 비싸 보이는 걸 순식간에 골랐다. 나는 속으로 또 한 번 놀랐다. ‘가격을 안 보고 이렇게 산다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나는 어려서부터 알뜰하게 살아온 타입이다. 할인, 적립, 포인트… 거의 반사신경처럼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계산대 앞에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현찰은 깎아주나요? 포인트 적립되죠?”

그녀의 표정이 잠깐 굳더니, 이내 피식 웃는 그 순간.

그 웃음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 이미 마음 한쪽이 움직였던 것 같다.


돌아보면, 우리는 그날 서로에게 동시에 놀랐던 것 같다. 그녀는 내 생활력에, 나는 그녀의 과감한 선택에.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둘인데,

그 차이가 이상하게 우리 사이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날 밤,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의 걸음 속도가 좋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그 속도.


그녀가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그녀를 더 믿게 됐다. 강아지에게 진심인 사람은

사람에게도 진심일 거라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이, 그날 밤 나를 조용히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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