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 깎기와 사랑의 시작 사이 어딘가에서(아내시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강아지가 있었다

by 손샤인

새벽에 도착한 작은 이벤트 하나가 한동안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문자 하나 뜨는 소리에 괜히 볼이 달아오르고, 짧은 이모티콘 하나에도 ‘이 사람, 나한테 관심 있네?’ 같은 착각이 자연스럽게 들던 때였다. 매일 만나진 않았지만 매주 한 번씩의 만남이 오히려 더 진하게 남아서,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혼자 조용히 웃음이 새어 나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살짝 오글거린다.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의외로 아주 간단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강아지 키워요.”

그 한마디에 이미 마음 반은 열렸다.

이유는 없다. 그냥… 반려견 사랑은 사람의 인성을 보증하는 일종의 통장거래내역 같은 것이라서.


마침 나도 캉스를 키우고 있었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애견카페에서 이루어졌고, 서로의 강아지 자랑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그때 느꼈다. ‘아, 이 사람은 나보다 말을 잘하진 않지만… 강아지 얘기할 때는 눈이 반짝이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건 묘하게 더 믿음이 가고, 괜히 마음도 가벼워진다.

그 시절 캉스는 하루 두 번은 꼭 산책을 해야만 하는 에너지 덩어리였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밖을 좋아하던 녀석. 그래서 산책을 거르면 캉스가 나를 노려보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불쑥 말했다.

“캉스 방석 하나 사줄까?”

그 한마디가 또 묘하게 달달했다.

나보다 먼저 강아지부터 챙기는 사람,

이게 뭐라고… 은근히 설레는 거다.


애견샵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예쁘고, 가장 고급지고, 심지어 광택까지 흐르는 방석을 골랐다 내 취향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계산대 앞에서 오빠 입에서 나온 말이 아주 걸작이었다.

“현찰은 깎아주나요? 포인트 적립은요?”

나는 속으로 빵 터졌다.

‘아, 이 사람… 회계학과 출신이었지. 생활력 무엇.’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좀 귀여웠다.

나는 과감하게 고급 방석을 고르고, 오빠는 알뜰하게 포인트를 챙기고… 우리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게 오히려 재미있었다. 서로 놀라고, 서로 웃고,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 샵을 나오는 길, 밤공기처럼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나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어색함조차 귀엽다’는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이미 나는 반쯤 넘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주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사소한 장면 하나가 사람 마음을 흔들 때가 있는데, 그날이 딱 그랬다. 고급 방석보다, 포인트 적립보다, 결국 오래 남은 건 오빠의 작은 다정함이었다.

그게 참 오래, 은근하게, 그리고 조용히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이전 05화준비되지 않은 고백이 더 진심일 때(남편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