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노동의 경계에서
딸처럼 살면 사랑이고,
엄마처럼 살면 노동이다.
이 문장을 처음 떠올렸을 때, 나는 꽤 오래 멈춰 있었다.
너무 직설적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해서였다.
부부라는 이름 아래에서 여자가
어떤 자리에 놓이게 되는지,
이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딸처럼 대접받는다는 건
보살핌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고,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되는 자리다.
아프면 먼저 살펴주고,
힘들면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건 책임이 아니라 애정이고,
역할이 아니라 태도다.
반대로 엄마처럼 살아간다는 건
늘 먼저 챙겨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분위기를 읽고,
필요를 예측하고,
불편함이 생기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게 되는 일들.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관성에 가까운 노동이다.
많은 여자가 이 경계에서 헷갈린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이 정도는 내가 하면 되지"라는 말로
사랑과 역할을 구분하지 못한 채 버텨온 시간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지치고 있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부부간의 사랑은 누군가가 더 많이 해내는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일방적인 돌봄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엄마도, 아빠도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 남게 해주는 태도다.
사랑은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마음에 두고 살기로 했다.
상대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일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