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붙은 사랑에 대하여
<얼마 전 딸의 유산과 수없이 마주했던 환자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뒤, 마음이 많이 닳아 있을 때 쓴 기록입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나는 사랑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사랑은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 애썼고, 더 잘하려 했다.
일하느라 평일엔 많이 놀아주지 못했지만
주말마다 아이 손을 잡고 체험학습을 다녔다.
내비게이션도 흔치 않던 시절,
지도 한 장을 펼쳐 들고 길을 찾으며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또 다른 계산이 생겼다.
환자에게 조건 없이 정성을 다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 마음엔
분명한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다.
환자에게 베푼 정성엔
내 아이를 지켜달라는
계산이 붙어 있었다.
선하게 살면
그 덕과 복이
자식에게로 간다는 말을
나는 오래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병원 생활 30년이 넘도록
나는 환자들에게 성의를 아끼지 않았고,
말 못 하는 약한 동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렇게 살면
적어도 아이만큼은
지켜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너무 억울했다.
잘못 살아온 것도 아닌데,
어디서 계산이 틀어진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랑은 거래가 아니었다.
잘 살면 보상처럼 돌아오고,
덜 베풀면 벌처럼 찾아오는
그런 계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잘못 사랑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돌본 마음이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불러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조건 없이 베풀며 살 것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게 지금의 내가
선택한 사랑의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