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엄마 아빠의 딸입니다.
명절이 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괜히 더 조용해지고,
유난히 어린 시절의 명절이 떠오른다.
엄마의 웃음소리,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들면서도 단 한 번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던 얼굴. 조상 음식을 만들기 전엔 꼭 미용실에 다녀와 머리를 단정히 하고, 우리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깨끗이 씻겨 놓고, 새 옷까지 입혀 놓아야 엄마의 명절 준비는 끝이 났다.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늘 같은 순서로 반복되었다.
아빠는 상을 펴는 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밤을 까달라고 부탁할 때조차 엄마는 오히려 미안해했다. 힘든 일을 시키는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엄마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 묻지 않고, 티 내지 않고, 책임을 먼저 떠안던 사람들의 시대를.
어린 내가 본 명절은 솔직히 귀찮고, 어렵고,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집은 늘 사람으로 가득했고, 냄새와 소리와 일로 복잡했다. 그땐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명절을 지내지 않는 내가, 오히려 그날들을 몹시도 그리워한다.
인간은 모른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모든 것을 지나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번 설에도 나는 엄마 아빠 산소에 갈 것이다.
그리고 늘 하듯 춤을 출 것이다.
울음 대신 몸을 움직이고, 말 대신 리듬에 마음을 맡긴다. 살아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은 시간을 정리한다.
그 앞에서 나는 비로소 딸이 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식이 된다.
그때는 몰라서 건너뛰었던 장면들, 이제야 가닿은 마음들을 천천히 되돌려 놓는다.
명절이란, 결국
함께 차리지 못한 상을 마음으로 다시 펴보는 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 앞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늦었지만, 고맙고,
여전히 많이 그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