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록으로 지킨 곁

곁에 없었지만, 곁에 있었다

by 손샤인

한 번 만난 환자를 끝까지 마음에 두었던 이유

몇 년 전,

나와 나이가 같은 남자 환자분이 병원에 내원했다.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했고

용종의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우리 병원으로 진료 의뢰가 되었다.

의뢰서에는

‘추적 검사 필요’,

그리고 ‘암 의심’이라는 소견이 함께 적혀 있었다.


유난히 그 환자가 마음에 걸렸던 이유는

그의 직업이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혼자 병원에 왔지만

불안해 보이지도, 흔들리는 기색도 없었다.

지나치게 침착했고,

모든 상황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 보였다.


몇 가지 설문을 진행하며

나는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게 내가 그 환자를 직접 만난 유일한 순간이었다.


내시경 날짜를 다시 잡았고

결과는 분명했다.

대장암, 3기.

내시경으로는 절제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환자는 수술 날짜를 받고 입원했다.

병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

내가 관여할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환자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퇴원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나는 그가 잘 회복하길 바라고 있었다.


정확히 6개월 뒤,

그 환자는 다시 우리 병원에 왔다.

이번에는 외래가 아니라 응급실이었다.


대장암은 간으로 전이되어 있었고

장과 간을 잇는 혈관이 파열되면서

환자는 지속적으로 각혈과 하혈을 하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차트를 통해

그가 이혼한 사람이라는 사실과

고등학생 자녀가 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의 침착함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입원 중 한 차례는

의식이 저하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간호일지를 열어보았다.

그가 잘 버티고 있는지,

오늘은 어떤 밤을 보냈는지.


응급실에 내원한 뒤

입원해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세상을 떠났다.


간호일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는 말이 남아 있었다.

그의 누나는

그와 마지막으로 영상 통화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곳까지, 기록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환자를

외래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

응급실에서도, 병동에서도

그를 다시 대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렇게 적는다.


나는 그의 병기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나는 그의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도 못했다.

대신 출근할 때마다

간호일지를 열어

그의 하루를 확인했다.


통증은 어땠는지,

의식은 돌아왔는지,

오늘은 조금 나아졌는지.


간호사는

항상 침상 곁에만 서 있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기록을 통해

한 사람의 안녕을 조용히 바라는 사람이다.


보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그의 회복을 끝까지 마음에 두는 것.


그 또한

내가 할 수 있었던

곁이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