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천사 세요?” 그다음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곁’ 연재 10화에 썼던 ‘선생님은 천사 세요?’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아버님이 입원하셨다. 그리고 역시, 보호자는 없었다. 요즘은 통합병동이라 예전처럼 보호자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었다.
병동에서는 잘 아는 지인이라고 했다. 설명이 길어지지 않게, 조금 더 가까운 사람처럼. 입원 준비부터 설명까지 괜히 더 바쁘게 움직였고, 괜찮은 척도 했다. 마음이 앞서면 몸이 먼저 움직이니까.
아버님이 그러셨다. “난 손 씨는 처음 만나봐요. 손 씨가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알았네요.” 나는 웃으며 “어머낫… 그럼 저, 더 잘해야겠네요.”라고 답했다.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 마음이 단단해졌다.
복강경 수술을 위해 수술방으로 들어가기 전, 아버님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버님~ 한숨 주무시고 오세요. 아셨죠?” 가볍게 건넨 말이었지만, 그 말은 예전에 아빠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다.
오전에 들어간 수술은 오후가 되어 끝났고, 아버님은 병실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울고 계셨다. “아픈 건 참을 수 있는데… 눈물이 자꾸 나…”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우리 아빠도 그랬다.
나는 “이제 나을 일만 남았어요.”라고 말하며 말라 있는 입술에 거즈를 적셔 조심히 물려드렸다. 그 순간만큼은 말보다 손이 더 많은 것을 전해준다고 믿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암의 병기는 생각보다 깊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은 그저 진통제 맞고 편히 주무시라고 말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내일 다시 올게요. 보호자 필요하시면 저한테 전화하세요.” 병실 문을 나서며 나는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마음이 조용히 아팠다.
다음 날, 아버님은 조금 나아 보이셨다. 나는 휠체어를 밀며 병동을 한 바퀴 돌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수술 후 간호를 설명하며 괜찮아질 거라고 조금씩 말을 건넸다.
그리고 오늘, 입원 5일째, 수술 3일째. 어제보다 더 밝은 얼굴로 아버님은 걸음을 옮기셨다. 가스가 나와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 병동을 걸었다.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병실에 들렀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유는 없다.
그냥, 아플 때 혼자면 더 아프다. 몸도, 마음도.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고,
주사를 가장 안 아프게 놓는 간호사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아플 때 혼자면 더 아프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조용히 누군가의 곁에 서 있는 간호사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