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늙은 공주가 오늘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 무대 아래 아빠를 찾았습니다.

by 손샤인

지난 6개월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나는 한복 모델로 무대에 섰다.

새로운 옷을 입고, 낯선 시선 속을 걷는 일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리고 오늘, 그 무대 위에서 나는 공주가 되었다.


눈부신 색의 치마가 바람에 흩날리고, 고운 장식이 머리에 오르니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아빠가 나를 ‘늙은 공주’라고 부르던 그날.


서른이 넘은 어느 날, 아빠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늙은 공주.”

처음엔 웃음이 났지만, 곧 그 말이 아빠의 애정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가 둘이나 있는 엄마이고, 어엿한 사회인인 나를 아빠는 여전히 ‘공주’라 불러주셨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오늘의 무대는 유난히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무대 위를 걷는 나를

아빠가 봐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공주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다만, 아빠가 불러주던 그 말속에 담긴 사랑이 그리웠다. 살아 계셨다면 이 순간을 함께 했을까.

무대 아래에서 손뼉을 치며 웃어주셨을까.

아니면 무심한 얼굴로, 그 특유의 말투로

“오, 제법인데?” 하고 말했을까.


아빠, 오늘 나는

당신이 불러주던 그 ‘늙은 공주’가 아니라

당당한 진짜 공주였어요.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아빠의 딸이고 싶습니다.

그게 무엇보다 빛나는 이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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