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어느 날이었다.
낮잠을 자고 있었고, 눈을 감은 채 벽을 보고 있었던 나는, 분명히 잠이 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등을 천천히, 소름 끼치게 긁고 있었다.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도, 단 하나의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뭔가에 홀린 듯 눌린 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경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겨우 눈을 떴을 때,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온 엄마에게 그 일을 털어놓았지만,
“낮잠 자면 그런 꿈꿔.”
엄마는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밤마다 귀신 꿈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
혹시 방 안에 ‘가위’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가위를 모조리 거실로 옮겨두고,
어느 날은 성경책을 안고, 또 어느 날은 십자가를 손에 쥐고 잠들기도 했다.
누구도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기에
나는 여섯 살이나 어린 내 동생에게
“오늘 밤은 나랑 같이 밤을 새 줘.
잠들면 무섭단 말이야…”
하며 애원하듯 부탁한 날도 있었다.
무섭고 슬픈 마음보다 더 컸던 건
혹시 내가 이대로 가위에 눌려 죽는다면
엄마가 얼마나 놀랄까,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 생각만으로 잠을 거부했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진 가위눌림은
내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핑계 같지만, 나에게는 그 시절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조각이다.
지금도 가끔 낯선 곳에서 자면, 가위가 다시 찾아온다.
눌리기 전, ‘이제 곧 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들면
어김없이 그 감각이 찾아온다.
하지만,이제는 무섭지 않다.
가위든, 귀신이든 이 나이가 되니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세상이 더 싸늘하다는 걸 너무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어릴 적엔 밤이 무서웠고, 그 어둠 속에 숨어있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나를 덮칠 것 같아 숨이 막혔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어둠보다 더 깊은 외로움이 있고,
그 존재들보다 더 날카로운 상처를 주는 말들이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픈 관계들이 있다는 걸.
어릴 적 그 밤들,
두 눈을 꾹 감고 어린 동생의 작은 손을 꼭 붙잡으며
‘오늘 밤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듯 바랐던 순간들이 이제는 나를 지탱하는 기억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작고 여렸지만,
그 밤을 버텨냈고, 어른이 되었다.
지금도 무서운 순간은 있지만 그 시절을 지나온 내가 있기에 나는 괜찮다,
괜찮아지고 있다.
가위눌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건 이제 두렵지 않은 그림자일 뿐이다.
나는 이제 그 그림자와 공존하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