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첫사랑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였다.
초등학교 땐 반장과 부반장으로,
서로의 이름을 칠판에 적었다 지우며
장난처럼 우정을 키웠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선
쪽지로, 손 편지로, 마음을 슬쩍 내보이며
‘좋아함’이라는 감정을 오랫동안 주고받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사랑이라기보단
설레고 아련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늦은 저녁,
그 친구와 우리 집 근처 아파트 둘레길을 함께 걷고 있었다.
열 바퀴쯤? 다 돌았을 즈음,
그 친구는 갑자기 나를 골목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더니
순식간에 내 얼굴을 침으로 도배해 버렸다.
정말 놀랐다.
그 친구의 입에선 진한 치약 냄새가 났다.
아마 뽀뽀를 준비하면서 치약을 삼켰던 모양이다.
그 시절엔 구취제 같은 것도 흔치 않던 때니까.
나는 너무 놀라서 그 친구를 밀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달려가
때 타월로 얼굴을 열심히 문질렀다.
무슨 오염이라도 된 줄 알았던 것처럼.
TV에선 첫 키스가 늘 달콤하다고 했는데
내 첫 키스는,
그러니까 본의 아니게 나의 첫 키스가 되어버린 그 순간은 치약 냄새가 진동하는 당황의 시간이었다.
이따금 생각한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에 치약 향기를 남기며
잘 지내고 있겠지.
오늘은 이상하게, 그 시절이 생각난다.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애매했지만,
서툴고 투박했던 마음들,
아직 덜 자란 마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던
그 시간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