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누구의 딸로 태어나고 싶을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문득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엄마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병으로 여의고,
오빠와 남동생 둘, 그리고 할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나이에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한 채,
엄마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모를 수 있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은 서툴고 어색했지만,
나는 알았다.
엄마는 평생 한 사람, 첫사랑인 아빠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은 분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가 우리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걸 서운하게 여긴 적은 없다.
엄마는 자식을 방치하거나 외면한 적 없었고,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키워주셨다.
간섭하지 않고 믿어주던 프리스타일 엄마.
그 엄마가 나는 좋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가며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엄마는 평생, 엄마가 없으셨구나.
내가 힘들 땐 전화할 엄마가 있었고,
자식 걱정은 해도 남편 걱정은 그만큼 안 해도 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엄마는 외할머니도, 친구도,
자기 계발도, 취미도, 일도 없이
오롯이 아내이자 엄마로만 살아오셨다.
엄마의 지인은 대부분 아파트 통로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들’이었다.
그마저도 속마음을 나눌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참는 쪽이었고, 늘 안으로 삼키는 쪽이었다.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엄마가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가난한 사랑 안에서 애써 웃으며 살았는지.
그래서 나는 다짐하듯 자주 말하게 된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엄마를 뱃속에 품었을 때부터
“넌 너무 소중해”라고 말해주고,
따뜻하게 쓰다듬어주고,
사랑이 어떤 건지 알려주고 싶다.
엄마가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참지 않고,
자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으로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이젠 내가 엄마를 안아줄 차례라는 생각.
비록, 지금은 곁에 없지만
그게, 내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