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을 품어내는 강물의 목소리
강물에게 배운 지혜 ― 『싯다르타』를 읽고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 돌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 같았다.
싯다르타는 누구보다 총명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진리를 추구했다. 그러나 부모의 가르침도, 수행자들의 혹독한 고행도, 심지어 부처의 가르침조차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깨달음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깨달음은 스스로 겪고 살아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세속으로 내려갔다.
부와 사랑, 쾌락 속에서 방황하며 스스로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한때는 공허에 짓눌려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실패와 방황조차도 결국은 그가 도달해야 할 강물 앞에 이르게 했다.
강은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탄생과 죽음,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강물의 흐름은 멈추지 않고, 모든 순간을 동시에 머금으며 흘러간다. 그 흐름 앞에서 싯다르타는 깨달았다. 완전한 순간은 먼 미래나 특별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흐름 속에 이미 있다는 사실을….
책을 덮고 나니 내 삶이 비쳤다.
나는 늘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달리기만 했다.
성취, 인정, 사랑, 의미… 그것들이 손에 닿는 순간에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더 큰 목표를 향해 또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혹시 나는 이미 흐르는 강물 위에서 충분히 살고 있는데, 괜한 돌을 던지며 물결을 흐트러뜨린 건 아닐까.
강물은 답을 알려주었다.
흘러가기에 썩지 않고, 머무르지 않기에 늘 새롭다.
그 흐름 속에서 기쁨과 고통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삶은 도착지가 아니다.
삶은 강처럼 흐르는 과정 그 자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늘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수행이고,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