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딸아이가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눈물이 터졌다.
물론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길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기에, 그 길을 걸어야 할 내 딸을 떠올리니 눈물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 달 만에 아이를 잃은 딸.
나는 마음이 무너졌는데, 정작 딸은 담담했다.
“엄마, 더 건강한 아기가 오려고 그러는 거니까 걱정 마.”
그렇게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 순간 나는 딸의 어깨가 참으로 넓고,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날, 나는 일을 하다 말고 곧장 딸아이에게 달려갔다.
눈물로 미역국을 끓여 함께 먹었다.
그 한 그릇의 미역국 속에는 엄마로서의 미안함, 여자로서의 연대, 그리고 같은 상처를 가진 존재끼리의 위로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어제는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꿈에 딸아이가 스쳐갔다.
아침 출근길, 왠지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그런데 딸은 밤새 열이 나고 토해서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순간 맥이 탁 풀리며, 혹시 내 나쁜 꿈이 예고였던 건 아닌가, 쓸데없는 자책이 밀려왔다.
지금은 일 때문에 수액 맞을 시간도 없다며 약국에 가서 ‘마시는 수액’을 사야 한다는 내 딸, 지민이.
오늘따라 네가 너무 보고 싶다.
엄마가 간호사인데도, 아픈 너를 곁에서 돌보지 못하니…
그게 그렇게 미안하다.
결국, 그냥 모든 게 미안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알겠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 그 눈물이, 그 무심한 듯한 걱정이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
나는 지금에서야, 아주 늦게야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다짐한다.
내 딸에게만은,
“엄마가 네 곁에 있다”는 말을 끝없이 전하고 싶다고.
미안함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내 모든 시간을 너에게 내어주고 싶다고.
결국 부모란,
끝없는 미안함 속에서
더 크게 사랑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