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휴일 오후,
TV를 보다가 나는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골수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내 가슴을 깊게 흔들어 놓았다.
오래전 간호사 면허증을 받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저 장기기증 해도 될까요?”
술을 좋아하셔서 간이 좋지 않던 아빠는
“나는 안 되니 너라도 우리 집 대표로 해라” 하시며
허락을 주셨다.
그 한마디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던 것 같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날 TV 속 아이를 보면서,
나는 곧장 장기기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미 각막과 사후 장기는 등록해 둔 상태였지만, 골수기증은 따로 신청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제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상담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나는 거절당했다.
골수기증은 40세 이상은 등록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나는 순간 억울하고 속상해서,
“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워요.
신체 나이는 아직 40도 안 됐다니까요!”
억지를 부리듯 말도 안 되는 때를 쓰고 있었다.
그 순간의 나는,
골수기증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되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니 허탈함이 몰려왔다.
‘진작 할 걸…’ 하는 후회가 깊게 밀려왔다.
나중에 해야지, 언젠가는 해야지,
그렇게 미루던 시간이
결국 내 손에서 기회를 빼앗아 간 셈이었다.
그날 나는 또렷하게 깨달았다.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 마음이 움직이는 일은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을.
내일은 생각보다 빨리 늦어져 버리고,
나중은 어느새 오지 않는 날이 되어버리니까.
간호사로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그 순간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짧고도 유한한 지 배워왔다.
하지만 정작 내 삶에서는 그 교훈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했음을, 이번 일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짐한다.
주저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마음이 움직일 때 곧장 행동하겠다고.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미루지 않고 바로 해내겠다고.
결국 삶을 바꾸는 건 ‘결심’이 아니라
결심 후에 이어지는 ‘즉시 행동’이다.
오늘 내가 내린 작은 결심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을 살게 할 수도 있다.
나중은 없다.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