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오래된 사진첩에서
아빠의 낡은 사진첩을 펼치는 순간,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물을 발견했다. 바래진 흑백 사진 속에는 아직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빠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교복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모습. 그 웃음에는 꾸지람을 듣고도 금세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자유롭고 천진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다음 장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아빠가 나타났다. 또렷한 눈매, 단정한 교복 차림, 반듯한 자세. 전교 1, 2등을 도맡아 하던 성실한 학생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 시절의 증거였다. 성실함이라는 단어가 얼굴에 새겨진 듯한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아빠’의 이미지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사진 속 아빠는 분명 청춘이었다. 그러나 내게 그 청춘은 단순히 과거의 장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빛이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다짐이 생겨난다. “나도 더 열심히, 더 바르게 살아야지.” 살아내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쳐버릴 때도, 아빠의 눈빛과 웃음은 다시 중심을 잡아주었다.
아빠는 내게 늘 ‘빛’ 같은 존재였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빛이 아니라, 어두운 길을 걷다 보면 은은히 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빛. 사진첩을 넘기며 나는 깨달았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빛은 여전히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따라, 조금씩 닮아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빠, 그곳에서는 엄마와 함께 잘 지내고 계시죠?
세월이 흐를수록 저는 더 또렷하게 알게 됩니다. 내가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요.
흑백 사진 속 아빠의 청춘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숨 쉬며,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