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든 어른의 고백

노안이 알려준 삶의 거리

by 손샤인

오랜 시간 밤마다 퀼트 바느질에 몰두하다 보니, 마흔이 넘어서 일찍 노안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흘려보냈다.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가방 속 돋보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강아지들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 그 사랑스럽고 귀여운 표정이 뿌옇게 보인다.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비로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너무 가까이 들이대며 다 알려고 애쓰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볼 때 오히려 더 잘 보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며 필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글자를 옮겨 적다 보면 자연스레 호흡이 느려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서일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듯하다.


이제는 돋보기를 꺼내어야만 보이는 글자처럼, 어떤 관계는 조금 멀리서 바라봐야 더 깊이 다가온다. 가까이에서 놓치던 빛깔이 거리를 두니 선명해지고, 흐릿하던 모습 속에서 오히려 본질이 드러난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든, 필요한 건 억지로 가까이 당기는 힘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거리감인지도 모른다.


노안은 내게 불편함을 준 대신,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선물했다. 흐릿함 속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것들, 거리를 두어야만 드러나는 진실들. 그것을 배워가는 과정이 지금의 나를 조금은 철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나를, 대견하다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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