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우리가 만난 이야기
설아, 미안해.
지난 세 달 동안 주차장 바닥에서 그렇게 힘들게 지내고 있었는데, 이제야 데려와서 미안해.
7월 초 어느 날, 퇴근 후 집 앞에서 처음 널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선하다.
하얀 몸에 초점이 잡히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내 앞을 가로막던 너는, 낯선 사람에게도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마치 “나 좀 봐줘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나는 아침저녁으로 간식을 챙겼다. 그리고 너에게 이름을 지어줬다. 설이.
여름 햇살처럼 하얗고, 차분한 눈빛을 가진 너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설이는 주차장 바닥과 자동차 밑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모습이 마음에 밟혔지만, 선뜻 데려오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웃 아주머니에게 들었다. “그 아이, 전 주인이 이사 가면서 두고 간 거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서 늘 그 집 문 앞에, 비가 와도 앉아 있었구나.
언젠가 다시 주인이 돌아올 거라 믿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구나.
그 뒤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곧 다가올 겨울, 설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다른 길고양이들의 괴롭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밤마다 그 생각이 떠올라 창문 너머로
주차장을 바라보곤 했다.
결국, 나는 연차를 내고 설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혹시 안 나타나면 어쩌나,
마음 졸이며 세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어디선가 내 차를 알아보고
달려오는 설이를 봤을 때—
나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간식으로 유인해 조심스레 안았을 때, 솔직히 두려웠다.
고양이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이었고,
혹시 발버둥 치며 도망가면 어쩌나 긴장했지만,
설이는 힘을 다 풀고 내 품에 몸을 맡겼다.
그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진작에 널 안아줬어야 했는데.
병원에 데려가니 선생님은 말했다.
“두 살 정도 된 여자아이고, 정말 순하네요.”
미용샵에 가서도 조용히 몸을 맡기고,
추르를 먹는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최고구나, 설아.’
그런데 원장님이 네 몸의 스크래치 자국을 보며 말했다.
“이건 다른 길고양이들에게 공격받은 흔적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저 살아남으려 몸을 낮추고 버텼을
네가 너무 안쓰러웠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순간을 ‘묘생 역전’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설이의 묘생 역전이 아니라, 내 인생 역전이다.
네가 내게 온 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가게 된 거니까.
너를 통해 내 삶의 온도가 달라졌다.
이제야 정말 살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을 불러줄게.
“설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