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
그 아이의 이름은 설이.
처음 만났을 때,
설이는 이미 사람의 손을 잃은 고양이었다.
이사 가던 주인이 그대로 두고 떠난 뒤,
세 달 동안 낯선 골목을 떠돌며 홀로 버텨왔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베란다 밑으로 숨어들고,
춥고 배고픈 날에는 작게 울며 사람을 기다렸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매일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기며 말을 걸었다.
“설아, 오늘도 잘 있었어?”
그 말이 어느새 나의 하루 인사가 되었다.
처음엔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설이는
며칠, 몇 주가 지나자 조심스레 내 발끝에 몸을 비볐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 이 아이를 다시 거리로 보내선 안 된다는 걸.
구조는 결심보다 쉽지 않았다.
겁이 많고, 상처가 깊은 아이를 품에 안기까지
며칠 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낯선 손길이 두려웠을 텐데,
설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내 품에 스스로 안겨왔다.
그 순간, 나는 울었다.
살아 있어 줘서, 나를 믿어줘서,
그리고 세상 속에서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그날 이후, 설이는 내 가족이 되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해가 지면 창가에 앉아 바람을 맞는다.
그 평범한 일상이 나에겐 기적처럼 느껴진다.
지금 설이는
집 안 어디서든 나를 따라다니며 야옹거린다.
소파에 앉으면 무릎 위로 올라와
작은 몸을 말고 꾹꾹이를 하다 잠이 든다.
그 작은 호흡이 내 하루의 리듬이 되고,
그 따뜻한 체온이 내 삶의 위로가 된다.
밤이 되면 또다시 깨어나
집안을 살금살금 한 바퀴 돈다.
거실, 부엌, 안방을 천천히 확인하며
모든 게 안전한지 살피고서야 내 곁으로 돌아온다.
이젠 안다.
설이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다.
나의 야간 경비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작은 가족이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용기 내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평생 설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고양이를 구한 게 아니라,
설이가 나를 구해준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설이의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다시 다짐한다.
“괜찮아, 이제 여기가 네 집이야.”
설아,
나를 믿어줘서 고맙고,
살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 삶에 와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