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때때로 소리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주공아파트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아빠가 퇴근해 계단을 올라오실 땐,
‘뚜벅뚜벅’ 그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우린 집 안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 딸들은 얼른 달려가 현관 앞에 줄을 섰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게 우리 집의 저녁 인사였다.
어느 날, 장난이 하고 싶었다.
계단을 오르며 일부러 ‘뚜벅뚜벅’ 소리를 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나온다. 어라?
이상하다 싶어 슬며시 방문을 열며
“아빠다~!” 하고 흉내를 냈다.
헐, 진짜 아빠가 밥을 드시며 날 보고 있었다.
엄마와 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렸고,
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때 아빠는 말없이 밥숟가락을 들며
쉬크하게, “밥 먹자.” 단 한마디.
그 짧은 말속엔,
하루의 피로와 사랑이 모두 담겨 있었다.
아빠의 밥숟가락이 멈추지 않는 동안
우리 집엔 평화가 흘렀다.
어젯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눈을 뜨자마자, 그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뚜벅뚜벅—
그리움이 계단을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