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움

by 손샤인

“밥 먹어?”

“안 먹어.”

“그래, 먹지 마. 니 배고프지, 내 배고프냐?”


엄마와 나 사이의 대화는 언제나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났다.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엄마는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났을 땐,

손바닥만 한 작고 약한 아기였다고.

그때부터 엄마는 평생 나의 밥을 걱정했다.

내가 잘 먹으면 마음이 놓이고,

입맛이 없다 하면 당신 탓이라며 한숨을 쉬셨다.


“내가 임신했을 때 잘 못 먹어서 그래.

네가 체질이 약해진 거야.”

엄마의 그 말에는 늘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밥 한 숟갈의 무게만큼,

엄마의 사랑과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어릴 적 학교 다녀오면 제일 먼저 들리던 말이 있었다.

“밥 먹었니?”

그 말이 곧 “괜찮니?”였고,

“힘들지 않았니?”였다.

엄마는 묻지 않아도 다 알았다.

얼굴만 봐도, 내 마음을 밥 한 그릇 짓듯 알아보셨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어느새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도

그의 안부는 변함이 없었다.

“밥은 먹고 다니니?”

그 말이 지겹게 들릴 때도 있었다.

나는 늘 바쁘고, 지쳐 있었고,

엄마의 반복되는 그 물음이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질문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한동안 아무도 내 밥을 물어주지 않았다.


그 단순한 한 문장이

이토록 큰 빈자리를 남길 줄 몰랐다.

누구도 나의 식사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쓸쓸했다.

그때서야 알았다.

“밥 먹었니?”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의 언어였다는 걸.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묻는 사람이 되었다.

“밥 먹었어?”

내가 그 말을 딸에게 건넬 때,

엄마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따라 나온다.

그리고 어느 날은,

딸이 먼저 나에게 물었다.


“엄마, 밥 먹었어?”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의 빈자리에 따뜻한 숨이 불어오는 듯했다.

사랑은 이렇게 이어진다.

입덧으로 시작된 엄마의 밥 이야기가

이제는 나를 거쳐

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밥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한 그릇의 온기 속에,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세대를 잇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느 저녁,

딸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나는 문득 엄마에게 속삭였다.

“엄마, 나 오늘 밥 잘 먹었어요.

이젠 엄마처럼, 나도 누군가의 밥을 챙기며 살아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였다.

엄마,

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내게 물어온 그 수많은 “밥 먹었니?”가

내 평생의 사랑 공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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