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2]
어린 시절, 할머니는 꼭 밤에 복숭아를 주셨다.
복숭아는 밤에 불을 끄고 먹어야 더 맛있고 예뻐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둑한 방 안에서 달콤한 복숭아를 베어 물며 그 말을 믿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퍼지는 향기와 부드러운 과육의 감촉이 여름밤의 상징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복숭아를 먹다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불을 켰는데, 먹던 복숭아 속에서 작은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입안의 복숭아를 그대로 뱉어버렸다.
할머니는 다정하게 웃으며 “벌레 먹은 복숭아가 더 맛있어서 벌레가 먼저 먹은 거야”라며 나를 달래주셨다. 하지만 어린 나는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복숭아를 입에 대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그날의 복숭아를 다시 떠올린다. 할머니의 말속에는 단순한 위로 이상의 뜻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속이 상한 것도 있고, 반대로 흠이 있어 보여도 속이 더 달고 깊은 것도 있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모두 나쁜 건 아니라는 걸, 벌레 먹은 복숭아를 통해 할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조금 상처 난 마음이 오히려 더 단맛을 품고,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나는 때가 있다. 이제야 그 복숭아의 맛을, 그 밤의 따뜻함을 이해하게 된다. 달콤함은 언제나 흠집 난 자리에서 더 깊어지고, 그 단맛을 알아보는 건 결국 상처를 겪어본 사람뿐이라는 걸. 그래서인지 여름밤 복숭아 향이 코끝을 스칠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아이로 돌아간다.
어둠 속에서도 달콤했던 그 순간처럼,,,,
#책과 강연 #백백프로젝트#책강대학#백일백장 2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