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4]
요즘 다시 이석증이 찾아왔다. 십 년 전 처음 앓았을 때 세상이 도는 걸 알았기에, 이번에는 그 전조증상을 알아챘다. 눈을 감고 누워도 천장이 빙빙 돌고,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이 기울었다. 내 눈알이 도는 건데도,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듯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몸이 중심을 잃으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는 걸. 약을 먹고, 이석증 치환술을 받으며 버텼다. 시간이 지나 회복되자 ‘이제 괜찮다’며 잊고 살았다. 가끔 어지러움이 찾아와도 참을 만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난 5년간 아무 일 없이 지나가 주었던 몸이 이번엔 또다시 균형을 잃었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잠도 나름 챙겼는데 왜일까. 억울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이유는 명확했다. 너무 오래, 너무 열심히 달려왔던 탓이다.
일, 글쓰기, 셔플, 운동, 가족, 병원 일까지… 나는 늘 ‘멈추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빽빽하게 채워왔다. 멈추는 순간 게을러질까 봐, 뒤처질까 봐, 나 자신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몸은 나보다 솔직했다. 이석증은 분명한 경고장이었다. “이제 좀 쉬어.” 단호하지만 다정한 목소리였다.
결국 오늘은 연차를 냈다. 처음엔 불안했다. ‘하루쯤 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하지만 오늘은 그 한 걸음이 필요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세상이 아닌 내 몸의 속도에 맞춰 숨을 고를 생각이다. 내 몸이 도는 만큼만 세상을 돌려보려 한다. 어쩌면 이 어지럼은 나를 멈추게 하려는 몸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잠시 멈춤이 꼭 필요하니까 앞으로의 나는, 더 달리는 사람보다는 균형 잡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